brunch

애 없음의 침잠함과 한가함

어린이날, 어딘가 다른 우주에서 애와 놀고 있을 나를 생각하며

by 액션핏 박인후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커서도 애를 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나는 인간의 평균적인 삶은 '굳이' 태어나서 체험해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평균적인 삶이란 2023년의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삶도 아니고 30만년전 탄생한 현생 인류, 사피엔스 종을 모두 포함하고 지구상의 모든 인종을 포함한다. 나는 인간의 삶은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지 결국 노예와 다름없고 그렇기 떄문에 삶의 목적은 '노예로 태어났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선택을 한 나는 나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이전 세대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물직적으로 풍요롭고 정서적 만족도도 높다. 내가 만일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95%로 농노로 살다가 죽었을 것이고 18세기 영국에서 태어났으면 하루에 20시간 일하다가 15살도 안되서 죽었을 것이다

스크린샷 2023-05-06 오후 6.08.21.png

(다시한번 권리장전, 시민혁명과 노동운동을 했던 선배들에게 감사를..)


저출산 문제가 우리나라가 유난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상의 물질적 풍요가 낳은 최적의 선택이 '후대에 유전자 남기지 않기'라는 아이러니..


나는 사업도 하고 있고 살면서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편이라 보통 사람보다 바쁜 편이다. 그래도 저녁 시간에 집에 있으면 종종 침잠함과 한가함, 적막함을 느낀다. 그리고 어딘가 다른 유니버스에서 딸아이 두명과 놀고 있는 다른 나를 생각하곤 한다(나의 로망중 하나는 두명의 딸을 키우는 것이다. 이름도 물론 정해 두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 의미있는 것일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지 않고 어른이 되서 늙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있는 40대의 삶은 아이없는 40대가 알수 없지만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서 늙어가는 것은 늙어가는 나를 키워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가 크는 것처럼 나도 늙는다.


20년전에 아이를 가지지 않을거라는 내 희미한 세계관은 마이너했지만 이제는 메이저가 되었다. 나도 나같ㅇ은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갈지 몰랐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구 온난화처럼 되돌릴 수 없다. 20년뒤에는 어린이날이 개천절만큼이나 농담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쟁자의 반은 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