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00처럼 아침밥 해줘
아침밥은 매일의 이슈다.
차려놓아도 안먹기 다반사기 때문이다.
밥과 과일을 거쳐 입이 즐거운 과자에 빵, 시리얼까지 크게도 돌았다.
차리는 과정에서 죄책감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특히 모든 세상이 건강에 관심 많은 요즘의 분위기는
스스로를 더욱 죄책감으로 내몰았다.
아무리 그래도, 밥을 차리면 마치 밥알이 입에 돌돌 돈다는 듯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 걸 어쩌나.
자라는 동안은 백미며, 밀가루며 몸에 안좋더라도 몸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먹어둬야한다는 일부 어른들의 말을 지혜로 여기며
아무거나 달고 잘 먹히는 것을 먹였더랬다.
그런데 어제 첫째가 말했다.
"엄마 나 00이네처럼 아침 해주면 안돼?"
(알고있었음에도 놀라는 척 하며,) "응? 00이네가 어떻게 먹는데?"
"응 밥이랑 반찬이랑 먹는대. 우리 점심이나 저녁 먹는 것처럼."
"그런데 너희는 밥 차려주면 잘 안먹잖아."
"많이 먹겠다고 약속은 못하겠는데, 맛있게 잘 먹을게. 그건 약속할 수 있어."
왜 갑자기 밥을 해달라고 하는건지.
짝꿍이 아이들 모두 데리고 나가 운동하는 동안
소파에 드러누워 더 나은 밥상을 꿈꾸며 세시간 동안 레시피 릴스만 보았던 것을 알아차렸나?
좌우간 반가운 제안에
"그래!" 해버렸다.
아이들을 끼고 잠들기 전
냉장고에 무슨 음식이 남았나 고민해 보았다.
오랜만에 간 마트에서 고기 할인 한다는 전단을 보고 국거리 소고기를 사놨지.
4시 반, 곤히 잠든 아이에게서 팔을 빼고 어두운 부엌으로 가
소고기 핏물을 빼고, 미역을 불려 미역국을 끓였다.
아무래도 고소함이 덜한 것 같아 이것저것을 마구 넣다 황태포까지 꺼내 듬뿍 넣었다.
쌀도 씻어 불렸다.
꼬신내가 진동하는 아침이 좋다.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에 봄싹이 튼다.
사랑하고 돌보는 감각이 마음결에 묻어난다.
음식 수양이다. 돌봄 명상이다.
빨랫감을 반듯하게 개어 놓고
바닥에 내려온 아이들 장난감을 제자리에 넣고
단정한 집 안을 위해 궁리하며
제자리에 삶이 봉곳하게 놓여있는
단정하며 벅한 감정을 느낀다.
사뿐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