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게 뭐냐.
"온후야. 이제 너 노는 것 보니까 제법 골목대장 태가 나더라."
두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아이는
출생순위 때문인지, 성별 때문인지, 이름 때문인지, 기질 때문인지, 도대체 무엇때문인지
다른 두 아이보다 순하고 수용적이다.
일부러 -혹은 나의 게으름 때문에- 두 아들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있으면
저기 멀리서 그림자 하나가 후다닥 뛰어간다.
타인의 불편을 누구보다 빨리 해결해주고 싶은 온후의 뜀박질이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을 때면,
주방일을 하다가 손 하나가 더 필요할 때면,
책과 함께 이미 소파에 누웠는데 줄 그을 연필을 챙기지 않았을 때면
언제나 온후가 나타난다.
엄마인 나는 아들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만큼 온후가 말을 잘 듣는 것도 기쁘지 않다.
"엄마 일은 엄마가 좀 해."라고 뭉게는 모습도 제법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체육대회, 온후에게도 제법 고집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친구들 손에 이끌려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친구들과 얽혀 노는 모습이 기껍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달리며 노래 같은 웃음을 사방에 떨구는 딸의 모습에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온후야 너 골목대장 같더라!"
나는 칭찬이라고 했는데, 아이는 새초롬 하다.
나를 한번 흘기고 저 앞으로 뛰어간 아이가 걸음을 늦추고 나에게 다가온다.
"엄마.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골목길의 왕?"
별명이 제법 마음에 들었나보다. 눈꼬리에 예의 미소가 다시 걸렸다.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겠다.
온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