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첫 금요기도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정작 하루에 30분조차 나의 생각을 적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하고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 파묻히다 보니, 생산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가고 결국은 사라진다. 그러면서 스스로 합리화한다. “괜찮아, 오늘은 바빴잖아.” 처음에는 찝찝했지만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온전히 사유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오늘도 역시나 그럴 것 같았지만, 오늘의 생각과 마음만큼은 기록하고 싶어 늦은 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아내와 금요합심기도회에 다녀왔다. 말 그대로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하는 기도회이다. 사실 저번 주부터 우리 동네(어은동)에 있는 개척교회 ‘고백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신앙탐구생활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도 바로 이 교회로부터 비롯되었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뒤편에서 적으려 한다.)
놀랍게도 오늘은 내가 먼저 아내에게 교회에 가자고 했다. 아내가 임신 때문인지, 아니면 뱃속의 라오가 심통을 부리는 건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일까 한참 고민했다. 영화를 봐야 할지, 산이나 바다를 보러 가야 할지,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 할지. 여러 생각을 하다가 문득 교회 인스타그램에서 본 금요 기도회 소식이 떠올라 교회에 가보자고 했다. 다행히 아내는 좋아했다.
사실 나를 교회로 처음 이끈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단 한 번도 나에게 교회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님과 예수님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곤 했고, 나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의 이야기였기에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신앙의 시작은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따라 교회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그랬다. 내가 신뢰하는 이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내의 교회친구들은 나를 하나의 선도적 모델로 본다. 흔히 남편이 교회를 다니면 아내도 함께 하지만 아내가 다녀도 남편은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아내도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도 한때 교회를 다녔지만 아빠 때문인지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제법 신빙성 있는 이야기 같다. 그래서인지 교회 여자 친구들은 신앙 있는 사람과 결혼하려고 애쓴다고 한다(물론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점에서 나는 그들에게 특별한 사례였고 마치 전설 속 포켓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아내처럼 배려와 이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걱정하듯,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신앙인에 대한 우려와 편견은 분명 존재한다. “주일마다 교회를 강요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아내는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나를 기준에 두었고 내가 주일에 함께 있자고 하면 기꺼이 곁에 있어주었다. 그리고 늘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는 하나님은 이해해주실 거야.” 그녀의 이해와 배려 덕분에 나는 이제 주일이 아닌 금요일에도 교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평일이라 예배는 간결했다. 짧은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했다. 개척교회라 혹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의외로 자리가 제법 차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웃겼다.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된 내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게. 이 교회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오늘 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임신 이후 아내는 고민이 많아 보인다. 아이의 인생, 자신의 인생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삶과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직 많지 않다. 여전히 아내가 더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기도하는 것 뿐이다. 아직, 내가 누구에게 기도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할 수 있길 기도한다.그리고 내가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감당하고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