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1
불행하게도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안온한 병실이 아니라 수술실이었다. 너무 아프다고 울며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니 병실이었다. 의식이 돌아옴과 동시에 국부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통증은 등까지 번졌다. 꼬챙이처럼 날카로운 것으로 찔리는 느낌과, 인두로 지지듯이 뜨껍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공존했다. 적고 보니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이런 식으로 고문당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파 체면 불구하고 엄마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대체 아이 낳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통증을 견디는 것일까.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간호사는 진통제를 놔주겠다고 했지만 잠시 후 내가 이미 수술실에서 맞고 온 상태라 지금 놔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니, 진통제가 들어갔는데도 이렇게 아프다고? 이보시오....
엄마가 물을 사러 병실 밖으로 나간 사이 혼자 계속 질질 짰다. 그러다 오줌이 너무 마려웠다. 침대 위 비상벨을 눌러 간호사에게 화장실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링커 주사를 맞고 있는 데다가, 화장실 문에 턱이 있어 혼자 링거 걸이를 옮길 자신이 없었다. 간호사 도움을 받아 힘겹게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역시. 금식을 15시간이나 했는데, 오줌이 나올 턱이 있나. 국부 쪽 통증과 자극이 크다 보니 내가 요의와 착각한 모양이다. 변기에 앉아있는 데 또 눈물이 나왔다. 다른 사람도 이렇게 아픈가. 입원하기 전 진료실에서 받은 패드를 생리대처럼 팬티 위에 얹어놨는데, 거기에 피가 묻어 있었다. 아, 출혈도 있는 상태구나.
간호사한테 부축을 받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는데 앉아 있을 때 국부에 압력이 가해져서 누워 있을 때보다 통증이 컸다. (내가 화장실 들어가는 것만 보고 간호사 가버릴 줄 알았는데, 나올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누워서 다시 질질 짜고 있는데, 엄마가 돌아왔다. 호기롭게 퇴원할 때 데리러 오라고 말했던 몇 시간 전 나 자신이 우스웠다. 엄마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 말로는 12시 반에 병실을 나갔고, 다시 돌아온 건 1시쯤이라고 한다. 중간에 간호사가 국부를 한 번 소독을 해줬던 거 같다.
얼마 후 수술한 의사가 병실을 찾았다. 수술하는 동안 내가 너무 움직여서 붙잡고 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마취약을 많이 썼다고. 나처럼 마취 안 듣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내가 유별난 환자라는 식으로 말하는 거 같아 창피하기도 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마취도 제대로 안 듣는데, 장기 속 생살을 떼어낸 셈이니 많이 아팠겠지. 예전에 수면 내시경 할 때는 오히려 개운하다 싶을 정도로 푹 잠들었는데.
수술 직후 질질 짰던 것과 달리 퇴원할 무렵에는 여유있게 TV를 시청하며 퇴원 시간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반면 출혈은 조금씩 계속 있었다. 간호사가 3시부터 음식물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엄마가 죽을 사다 줬지만, 도저히 식욕이 생기지 않아 물만 마셨다. 퇴원할 무렵 간호사가 약을 주면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하루에 오버나이트 3개 채울 정도 출혈이 계속되면 빨리 병원에 오라고 했다. 3일 후에 다시 소독해야 하니 진료 예약도 잡아줬다. 처음에는 이대로 집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는데, 빠르게 통증이 사라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