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궁 일기 (11)

미레나

by dore

미레나는 흔히 피임기구로 잘 알려져있다. 콘돔이나 피임약과 달리 자궁 안에 직접 삽입하기 때문에 피임 확률이 매우 높다. 미레나는 동시에 월경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나처럼 월경량이 과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치료 목적으로 미레나 시술을 하면 보험이 되서 비교적 저렴하다. 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5년 후에 교체해야 한다.


미레나는 자궁 내에서 직접 호르몬을 뿌려지기 때문에 효과가 좋지만 이 역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부정혈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았다. 출혈이 몇 달 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그외에도 체중 증가, 복통, 두통 등 부작용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중간에 미네라를 제거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의사는 조직검사 얘기를 해주면서 바로 미레나를 넣자는 식으로 말을 했다. 내가 부작용에 대해 묻자 생리혈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 시술해야 부작용이 적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왕이면 돌아오는 생리주기가 끝나면 하겠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말했지만, 실 나는 그때까지도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생리주기를 핑계삼아 나중에 오겠다고 말한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열흘 후 생리가 끝나고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해 진료실 앞에서 자그마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바로 굴욕 의자에 앉고 의사가 미레나를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내가 너무 아파하지 결국 의사는 약하게 마취를 하자고 했다. 나는 화가 났다. 마취하고 할 수 있는 거였다면 진작 말해주지! 난 아픈 거 잘 못 참는단 말이야!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수술실이 있는 3층으로 이동했다. 2주 전 조직검사 했을 땐 수술실만 눈에 보였는데, 오늘 와서 보니 같은 층에 신생아실, 분만대기실이 있었다. 간호사는 나를 분만대기실에 데려갔는데, 들어가는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 앞에도 적었듯이 얼굴이 낯짝 두꺼운 인간이라 민망하지 않았지만,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기실에서 얼마간 수액을 맞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간 수술방보다 작은 곳이라 오히려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엔 의사가 빨리 와서 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마취약이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도 수술실에서 마취가 깨어났다. 이것도 두 번째 겪는 일이라고 확실히 덜 당황스럽구나. 그리고 간단한 시술이라 그런지 지난 번 만큼 아프지 않았다. 간호사와 함께 분만대기실로 돌아가 안정을 취했다. 건너편 분만실에서 누가 애를 낳는지 악 쓰는 소리가 들렸다. 몽롱 의식 너머로 누군가의 비명소리, 그리고 새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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