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 진짜.

가끔씩 찾아오는 시간.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기를 맞이하고 보내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여본다. 괜찮다고. 누구나 다 겪는 일들이라고. 맞다. 솔직히 나도 안다. 이런 시기가 지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전에도 시기를 두고 찾아왔었고, 지금도 찾아왔고, 앞으로도 또 찾아올 것이다. 

 뭐가 지치냐고.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다고. 이야기를 들어도 지치는 걸 어떡하겠나. 자신이 갔다 온 군대가 가장 힘들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힘든 것처럼 내가 있는 이 상황이 나는 제일 지친다. 이럴 때면 나 스스로를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낀다. 3자가 본다면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다. 즉, 내가 지금 내 상황을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지금 힘들고 지친다.

 나도 안다. 이 시기도 예전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넘어갈 것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지금까지 나름대로 이 시기를 잘 넘기는 방법을 경험으로 터득했으니까. 태풍의 눈에 들어온 듯 내가 서 있는 곳은 고요하다. 너무 고요하다 못해 내 마음까지도 고요함을 풍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상 이 고요를 만들고 있는 건 주변에 강한 바람이다. 바람이 헤집고 다니며 망가트린 길을 시간이 지나면 보게 될 것이다. 내 감정이 태풍의 바람처럼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바람은 무언가를 망가트리고 있다. 그래. 지금은 너무 고요해서 그곳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 이곳저곳 망가지고 있는 나를 볼 것 같기 때문이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곳을 봐야 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것들이 전과 다르게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더 탄탄하게, 그리고 빠르게 복구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이 고요 속에서 몸이라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마음의 복구를 위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라는 말이 있다. 그래. 모든 일이 내게 맞고,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쩌면 나는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그것이 존재하기에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거다. 행복해지자. 바람은 결국 지나간다. 다시 찾아오겠지만. 다시 지나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