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방에 매달린, ‘구조의 부적’을 나눕니다
무대 앞자리를 채워주신 100분의 관객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퇴근 후 9시, 아무도 없는 방구석에서 혼자 올린 작은 연극 무대에 어느새 100분의 관객이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2003년 스물셋의 나이로 사회에 발을 디딘 후, 본사와 현장 사이에서 20년을 ‘완충재’로 살았습니다.
양쪽에서 “엄빠”를 외치며 뼈를 갈아 넣었지만, 제게 돌아온 건 ‘하위 고과’라는 차가운 점수표 한 장이었습니다.
그 참담했던 시간, 무너져 내리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흔한 자기 계발서의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 마지막 장면, 차갑지만 단단한 대사 한 줄이었습니다.
"Мы отдохнем! (믜 아뜨다흐뇸!)"
한국어로는 “우린 쉬게 될 거예요”라는 뜻입니다.
“내일은 다 잘 될 거야”라는 값싼 거짓말 대신, 삶은 원래 고통스럽고 조직의 구조는 잔혹하지만, 기어코 이 배역을 다 살아내면 온전한 안식이 주어진다는 묵묵한 생존의 선언이었습니다.
저는 이 낯선 키릴 문자를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적어 작은 아크릴 키링으로 만들고,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 단단히 매달았습니다.
회사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오직 나만 해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부적이자, 서늘한 방패입니다.
구독자 100명.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숫자일지 모르나, 저에게는 제 상처와 깨달음을 함께해 주신 100명의 귀한 관객이자 동료입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 것과 똑같은 [Мы отдохнем! 손글씨 키링]을 나누어 드립니다.
매일 아침 무거운 가방을 들고 현장으로 향하는 분들.
위아래 상사들의 지시가 충돌하는 틈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소모되는 ‘완충재’ 역할을 하며 남몰래 한숨 쉬어본 분들.
이 작은 아크릴 조각이 출근길 당신의 마음을 지켜주는 단단한 에이밍(방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Мы отдохнем! 키링 나눔 이벤트]
-참여 방법-
아래 댓글에 작가명과 짧은 응원 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한 줄 푸념도 좋습니다.
-나눔 인원-
댓글 남겨주신 선착순 10명 중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주소를 보내주신 분께
제가 직접 제작한 키링을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배송비 포함)
-기간 & 발표-
참여 기간: 2026년 2월 28일(토) 자정까지
당첨자 발표: 2026년 3월 1일(일), 개별 답글 및 새 글 공지
우리는 기어코 살아낼 것이고, 덜 휘둘리며 우리의 삶을 자산으로 만들 것입니다.
마침내 이 지독한 연극이 끝나는 날, 우리는 진짜로 쉬게 될 것입니다.
무대 앞자리를 채워주신 100분의 관객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도 구조의 판을 읽으며, 무사히 퇴근하시기를 빕니다.
방구석 연출가, 허배우 드림
#허배우 #actor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