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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채목 Jul 29. 2020

생리통, 여자의 숙명인가?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그 광고 카피대로 나는 내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예외의 기간이 있다. 바로 생. 리. 기. 간.

 중학교 1학년이던 1987년 9월 22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생리통”이란 굴레가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닌다.

 생리통이 없는 여자도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생리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생리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겐 설명을 해줘 봐야 상상이 불가한 스타일의 통증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배탈 난 듯 사르르 배가 아픈 건 기본이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한 통증과, 허리가 끊어지는 듯 한 통증. 그리고 메스꺼움과 구토. 그리고 밑이 빠지는 듯 한 통증. 어지러움과 두통, 오한이 들었다가도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합적인 증상이다.

 아프면 병원을 가라고 한다. 당연히 병원엔 갔었다. 산부인과도 가봤고, 한의원도 가봤다. 검사도 받아봤고, 한약도 먹어봤다. 검사 결과 정상이란다. 한약 먹으면 좋아진다던데 잘 모르겠다. 그나마 매번 아프던 것이 이젠 한번 아프고 한 번은 안 아픈 정도로 조금 나아지긴 했다. 치료의 결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트위터에 “생리통 정말 싫다.”라고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빨아 쓰는 생리대를 사용해 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일회용 면 생리대도 있는데 그것이 아닌 천으로 된 빨아서 재사용하는 면 생리대. 어릴 적 쓰던 천기저귀를 생각하니 쓸 엄두가 안 났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요즘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천 생리대들이 제품화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빨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뜻 결심을 못하다가 지긋지긋한 생리통이 싫어서, 큰 맘먹고 천으로 된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부터.

 진통제를 안 먹고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의 수준에서 진통제를 안 먹은 채 견뎌낼 정도의 통증으로 줄긴 했다. 환경을 위해서도 일회용보다 천 생리대가 더 좋다고 하던데, 다른 건 모르겠고, 가렵거나 피부가 짓무르는 아픔은 없다는 것이 천 생리대의 장점이다. 단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세탁이다. 일반 비누로 빨 땐 얼룩 제거가 힘들었는데, 미생물 발효 비누로 세탁하니 훨씬 쉽게 얼룩 제거가 되어 이젠 세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나와 내 주변인들의 경험에 의하면, 천 생리대 사용 후 중증 생리통이 경증으로 완화된 건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그것만으로 생리통이 완전히 뿌리 뽑힌 건 아니다.

 별의별 불치병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이 21세기에, 아직도 생리통은 정복되지 않은 여자들의 숙명인 것인가?

 생리통은 결혼하고 출산하고 나면 없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결혼해서 자연분만으로 순산한 내 동생이 하는 말이 “사실 무근”이란다. 출산 전과 후 생리통은 여전하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생리통은 폐경이 될 때까지 지고 가야 하는 천형인 것일까?

 생리통 없는 세상이 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내가 폐경되기 전까지 그런 세상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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