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 드라마 배우는 촬영 장소로 가서 일을 해야 하니, 처음 가보는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잦다.
원래 초행길도 지도 한 장만 갖고 잘 찾아다녔었기에 내비게이션 안 사고 버티고 버티다가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된 지 한 2년 지난 후에야 할 수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목적지 주소만 알려 주고 찾아오라고 하는 게 보편화되어 버린 후론 내비게이션 없이 일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 되다 보니 항복을 하고 만 것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초행길.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엔 지도 한 장 가지고도 잘 찾아다녔는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부터 길 찾는 인지력이 많이 퇴화된 것 같다.
그날도 나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떠났다.
대로로 갈 땐 문제가 없었으나 목적지에 거의 다 가서 미로와 같은 골목길에 접어들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가긴 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결국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는데 엉뚱한 곳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다시 재탐색을 해 보고 돌고 돌았다. 몇 바퀴를 돌며 방황했지만, 여전히 내비게이션은 엉뚱한 곳을 지목했고, 나는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헤매던 그 골목 바로 뒤쪽 골목이었다.
내비게이션을 믿고 갔으나, 내비게이션엔 처음부터 잘못된 지점이 그 지점으로 입력되어있었기에 그 내비게이션은 결코 정확한 그 지점을 알려 줄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목적지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정확한 좌표가 세팅되지 않은 내비게이션은 직무유기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도 모른 채 그 내비게이션을 믿고 따라간다.
설사 그 지점이 골목 하나 차이라 하더라도 목적지가 아님엔 분명하다.
끝이 다른 것이다.
끝이 달라서야 쓰나......
정확한 목적지로 안내해 줄 정확한 좌표를 가진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듯, 인생의 멘토를 누구로 삼느냐,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은 길 찾기보다 더 중요한 일 아닌가?
속도가 늦어도 방향이 정확하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방향이 1도 라도 틀어지면 목적지와는 다른 곳에 도달한다는 거. 끝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 좌표는 제대로 찍혀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