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일을 꿈꾸는 나에게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은 편지

by 장세아

무엇을 하든 항상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나. 시간이 많아지면서 꿈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되는데, 가끔은 너무 멀고 먼 일들, 터무니없는 생각이나 목표를 잡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 목표에 대해서 열정과 간절함만 품은 채 더 이상의 발전이 없어 보이는 모습들. 그러다 결국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는 순간들. 언제까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만 있을 것인가? 글로만 끄적거리는 것이 아닌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진심이 담긴 편지를 써본다.










1.

세아야,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요즘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항상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넌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아닌 척을 자주 했었잖아. 그래서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어. 너 정말 잘 지내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다가 속병이 나더라도 화풀이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결국 몸이 아픈 쪽을 택하는 바보 같은 너. 호불호가 확실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표현을 하기까지 수십 번을 참고 생각하다가 그게 아니다 싶으면 뒤늦게서야 꾹꾹 눌러왔던 부분을 끄집어내는 너잖아. 왜 자꾸 스스로를 아프게 하고 그래.


그런데 요즘 뜻하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 그리고 누구에게나 정의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온 너였잖아. 하지만 그것만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을 뿐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아끼는 그런 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너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상처도 덜 받았으면 좋겠어.


네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듯 누군가는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작은 오해가 깊어져서 너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야. 네 편이라 생각해서 사랑과 애정이 담긴 커다란 마음을 가득 건네주었어도 준만큼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등을 돌리는 일들도 생기곤 했지. 네 모습을 오해하고 사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애써 밝히려고 해도 더 깊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았잖아. 그들에게 네 마음을 전부 보여주려고 노력해도 결국 떠나갈 사람들은 다 가버리지. 중요한 건 지난날들과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반복되는 상황들 가운데 너무 끙끙 앓지 말고 애쓰지 말자.


때로는 수백 마디의 말보다 침묵이 더 나을 때도 있고, 눈빛으로 설명이 되지 않지만 마음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있어. 진실된 표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너였지만 이제는 그 틀에서 조금 벗어나 보는 게 어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 진짜 보석이 숨겨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잘 버티고 이겨내고 용기 내어 살아온 모습도 참 많이 애썼고 수고했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고통과 시련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네 모습을 오늘 더 응원할게.




2.

세아야, 이 편지는 앞으로도 자주 꺼내 볼 것 같은 편지일 것 같은데 무겁게 시작해 볼게. 요즘 네 솔직한 감정은 어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즐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는 너를 볼 때마다 뭔가 좀 안타까워. 누구에게나 각자만의 속도가 있고 재능이 있기 마련인데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는 듯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초조해하는 그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고. 뭐가 그렇게 두렵고 초조한 거야? 늦게 시작하더라도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았던 너였잖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더라도 차근차근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왔잖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너라는 사실을 기억해줘.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고 각자만의 시나리오를 쓰며 살아가고 있어. 비슷한 삶, 비슷한 외모가 있을 순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너를 대신할 수 없다는 말이야. 지금 쉬어갈 타이밍이라면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것이고, 걷다가 넘어지면 상처를 치료하고 회복된 이후에 걷고 뛸 수도 있는 게 바로 너만의 삶이자 네가 꿈꾸던 영화 속 주인공 모습이 아닐까?


음악교사를 꿈꾸고 성악과로 복수전공 실기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무모하면서도 뜨거웠던 그 열정, 배우가 되기 위해 처음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네가 걸어야 할 길이라면 묵묵히 걷겠다고 했던 그 말. 그리고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어도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상황. 아직까지도 작품에서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배우이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고 방송을 통해 들려주고 있잖아. 네가 사랑하는 그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그 마음이 있었잖아. 몇 초 짧게 나오는 작은 배역을 맡은 네 모습마저도 영화에서는 꼭 필요한 장면이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네가 영화를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듯 지금 어딘가에서도 또 다른 영화를 통해 누군가의 아픈 마음이 만져지고 위로가 되는 상황들이 있을 거야. 너도 그런 일들을 계속 꿈꾸고 만들어 가면 되는 거야.


영화 <라라랜드>에서 나왔던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어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이제 진짜 얘기할 차례 아닌가요?"라는 대사들을 잊을 수가 없어. 가식적인 모습, 꾸미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너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줘. 배우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이잖아. 실제 모습이 아니지만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캐릭터와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대사들. 진심과 감정이 담겨있지 않으면 발연기처럼 보이고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는 것 잘 알고 있잖아.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으로 살아가자. 그리고 언젠가는 네 진짜 모습을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들,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자. 열정과 간절함으로 그치지 말고 삶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 누구보다도 널 오랫동안 지켜봤기에 앞으로도 계속 믿음으로 응원할 거야. 할 수 있어, 장세아!










오랜만에 나에게 쓰는 편지라 참 부끄럽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때로는 어떤 약보다 더 회복이 빠르다는 것.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편지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