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지금 넌 행복하니?

반복되는 실패 가운데

by 장세아

사람들을 잘 이용하는 사람과 그 휘둘림에 이용당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주로 후자에 속하는 편인데 나와 관련된 일은 당시에는 전혀 파악을 못 하다가 하나 둘 겹쳐지는 퍼즐의 조각을 알게 되어 나중에서야 혼자 속앓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예민한 성격이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참는 편이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참고 참다가 정리를 해서 얘기하지만 내 얘기가 사실이더라도 결국 모든 화살은 내게로 다 돌아오게 된다. 억울함을 풀려고 해도 오해만 더 쌓여가고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더 아이러니한 상황.




1. 술이 문제야

몇 달 전부터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서 불면증도 생기고,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닌 군것질과 음주로 풀다 보니 체중이 갑자기 10kg나 증량해버렸다. 하루에 밥은 한 두 끼 정도만 먹지만 지난 몇 달 동안 가끔씩 술로 밤을 지새운 것 같다. 분명 13년 전엔 대학교 1, 2학년 때 질리도록 마셨던 술로 인해 망가졌던 몸과 변해버린 체질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고 술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그 타이밍에 믿음이 생겨 교회까지 다니며 8년간 술을 끊었지만, 결국 힘든 일이 생기니 다시 술을 찾게 되었다. 이성 문제, 재정 문제, 대인관계 문제, 직업 문제 등등...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하지 않는 나라고 해도 너무 힘든 날은 술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주량을 넘어선다. 결국 화장실에서 변기통을 붙잡고 몇 번이나 속을 게워낸다. 끙끙 앓으면서 다신 마시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내가 나를 봤을 때 가장 보기 싫어하는 모습이다.


어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다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안 되냐’는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했지만 방송이 끝난 후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 보였다. 요즘 힘들다는 핑계로 신념과 건강을 버려 가면서 술을 다시 의지하면서 살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빠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나였는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섭다. 와인을 기분 좋게 즐기는 정도는 좋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화가 난다고 해서 그 모든 쌓인 감정을 술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내 모습이 20대 때의 내 모습과 전혀 달라 보이질 않아서 너무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섣불리 털어놓거나 쉽게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에 술을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술이 아니더라도 훨씬 많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2. 태양을 피하는 방법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에 너무 많이 신경 쓰지 말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고 생각은 늘 하지만, 삶이 마음먹은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하면서 살아온 것 같으면서도 수많은 시련과 고난도 함께 겪지 않았나. 믿음의 길을 걷는 것처럼 내 삶도 늘 평탄한 길일 순 없다. 반짝반짝 빛나고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펼쳐져 있으면 좋겠지만, 각자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이 분명하게 주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너무 아프다.

글을 쓴 지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아서 끄적여 보다가 이제야 내 상태를 파악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본다. 지금 정말 솔직한 마음은 화가 가득 쌓이고 어려움이 가득하면서도 눈물이 나질 않고 답답해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냥 이런 내 자신을 인정하고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잘 버티면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칭찬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현실 직시를 하게끔 도와줘야 하는 것인지,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내 마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 넌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