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그 누구의 누구도 아닌

나는 나

by 장세아

요즘 참 신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업인 연기를 위한 촬영을 하지 않은 시간이 9개월째 되어가고,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필라테스 매니저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무급휴무로 2주 동안 쉬고 있는 상황. 겁이 많기도 하고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기에 카페나 영화관, 식당조차 무서워서 집에만 콕 처박혀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려 해도 손에 전혀 잡히질 않고, 기도나 성경 말씀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드는지 참 신기하다.


살이 많이 쪄서 외모에 대한 불평이 늘어가고,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프로필 지원 메일을 보내도 캐스팅 연락은 한 통도 오질 않고,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영화 관람 조차 영화관으로 보러 가질 못해서 다시 무기력함이 찾아오는 것 같다. 불안함과 답답함의 연속, 이 상황들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하루빨리 방법을 찾고 싶지만 사실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다. 자존감이 계속 떨어지면서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를 식탐으로 풀며, 늦은 새벽에 자서 밝은 오후에 일어난다. 이런 생활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 쉰다면 덜 힘들 텐데 늦게 일어나는 날에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하루를 힘겹게 시작한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지만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서 계속 다음날로 미루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참 놀라운 사실이 있다.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는 내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위로와 애정으로 다가와주시는 분들, 지치거나 아팠을 때 예민해져서 투덜거리는 내 모습마저도 등 돌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 4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스푼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신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다. 커다란 변화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고,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도록 응원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하나둘씩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방송 1주년이었던 7월부터 그 마음을 나도 표현하고자 조금씩 챙겨드리려고 하는데 이것 조차 쉽지가 않다. 나도 모르게 자꾸 소중한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게 되고, 누군가 떠나면 다시 실망하게 되고... 이런 상황들이 자꾸 반복하게 되어 한없이 지치자 방송도 1주일 동안 휴방하려고 공지까지 했지만, 영화를 보고 기분이 다시 좋아져서 3일 만에 복귀하게 되고... 나조차 내 모습을 알 수가 없다.


무료한 시간들 속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매일이 답답함의 연속이었다가 오늘 오후 방송을 하다가 내 마음을 거울로 비춰보는 것처럼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위 상황이나 환경을 계속 탓하고, 내게 없는 것에 자꾸 시선이 가있었던 내 모습. 짜증과 불만으로 가득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애써 담담한 것처럼 포장했던 내 마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알아보고 발로 뛰면서 바쁘게 살려고 했던 지난 열정이 그립기만 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넘쳤던 장세아였는데, 요즘은 부정적이고 어두움에 그늘지며 수많은 가시로 많은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장세아가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고 싶고 안아주려고 해도 스스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이다.


나는 나다. 그 누구의 누구도 아닌 장세아다. 누가 내게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하고 저주를 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존재인 나, 장세아다. 자책하며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포장하며 애쓰지도 말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 채워가면 되는 것이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하나씩 고치면 되는 것이다. 나를 인정하자. 어떤 내 모습도 장세아임을 인정하자. 지금 이 모습도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있음을 잊지 않으며, 나도 나를 사랑하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비슷한 글을 브런치에 몇 번 올렸던 것 같은데, 그럼 어때? 다시 다짐하는 거라 생각하고 시작하면 되는 거지. 잊지 말자, 장세아. 난 장세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