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남녀

당신의 사랑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을 안다고 자부하는 태도를 갖추고 계신가요?

by 박준태



나에게 연애란 좋은 아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만큼 상대방도 바람직한 남편을 만나고자 할 것이다.




나의 몸이 병들면 의사를 찾았고 노래를 배우길 원하면 보컬 트레이너를 찾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했던 것일까. 사랑에 대해 자부했던 나는, 나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상대방에게 베푸는 사랑은 결코 바람직할 리 없었다. 사랑에 실패하면 그 사랑을 탓하기 바빴으며, 주변에 존재하는 '자칭 연애 전문가'의 말에 위안을 얻으며 나를 정당화했다.



돌이켜 보면 사랑했던 사람을 곁에 두고도, 나는 늘 그 사랑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사람들이 말하듯 사랑과 이별을 거듭 마주하다 보면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내가 더욱 성숙해질 거라 믿었던 것이다. 그 생각은 나를 사랑하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에 그다지 노력을 들이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와도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연애도 많이 해봐야 사람 보는 눈도 생기는 거야."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연애해야 후회 없다."

"이별하다 보면 무뎌진다."



조언의 말은 당장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내가 사랑에 서툴거나 아직 사랑을 덜 겪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조언의 말처럼 내가 겪는 사랑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나에게 연애란 좋은 아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만큼 상대방도 바람직한 남편을 만나고자 할 것이다. 내가 바람직하며 건강한 남자로서 미래의 아내를 맞이하기엔, 나는 한없이 작고 부족했다. 늘 사랑하며 사랑을 원했던 사람 치고, 사랑을 우습게 보았으며 유치하게 생각했다. 이토록 사랑이란 것에 무지하며 이기적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나는 내 삶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칠 뻔했다. 나를 비롯해 상대방을 부지런히 사랑하는 태도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좋은 남편이 되기로 선언했다.











“꽃은 고요하도록 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꽃의 언어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꽃이 피고 지며 다시금 피어나는 과정을 마음으로 옮겼다. 꽃은 서서히 더 아름답고 강한 줄기를 뽐내며, 고요하고 우아하게 피어났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애정 담긴 선율을 느끼며 사랑을 꽃피웠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이야기에는 풍성하고 열정 가득한 황홀감만이 맴돌았다. 그렇게 두 남녀를 휘감는 사랑의 소용돌이는 멈추는 법을 모르는 듯 깊어져만 갔다.



남녀는 사랑이 사람을 초월할 거라 믿었고, 둘은 환한 별이 떠있던 밤하늘 아래 사랑의 맹세를 다짐했다. 하지만 믿고 있던 사랑을 초월한 것은 다름 아닌 남녀였다.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낭만은, 그들의 환상을 지켜주거나 모든 것을 덮어주지 못했다.



깊음을 넘어 무뎌짐으로 나아간 것일까. 하지만 그 잠시의 무뎌짐 마저 이해할 새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방황의 끝에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서로에게서 비롯된 아픔과 배신이었다. 그들이 담으려 했던 사랑은 온데간데없었고, 남은 것은 이해하지도 못할 심오한 사랑에 대한 상처였다.











기쁨과 행복, 아울러 아픔과 상실감을 이만 치나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남녀 간의 사랑’ 일 것이다. 우리에게 환상을 선사하는 사랑은, 그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도 한다. 또한 그 사랑은 누군가의 삶에 근간이 되기도 하며 반대로 누군가의 삶을 비참하게 물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양방향의 모순점을 분명하게 갖춘 사랑은, 결코 우리에게 행복만으로 다가올 수 없는 것일까. 아마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일 것이다. 행복한 감정을 비롯해 갈등과 아픔을 포괄하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가증스럽고도 불명확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키워나가는 방법에 맞설 수 있다.



남녀의 대비되는 속성과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될 여러분은, 무엇보다 상대방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의 의문을 보다 근접하게 해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방과 사랑을 맺기에 앞서 자신과 맺는 사랑에 먼저 마주하게 될 여러분은, 나의 감정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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