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마다 소감 시간이 달라지나요?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오스카. 메인 OST '골든(Golden)'으로 주제가상을 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팀이 소감을 위해 수상자들이 올라섰다.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소감을 말하고 공동 수상자들에게 마이크를 넘긴 순간, 장내에는 퇴장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재가 "Please stop"이라고 손을 들었지만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소감을 말한 지 겨우 1분 남짓 되는 시간이었다.
2016년 #OscarsSoWhite를 부르짖으며 백인 중심의 오스카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이후 아카데미는 여성과 유색인종 회원을 대폭 늘리고, 작품상 후보 다양성 기준도 도입하며 달라지겠다고 얘기했다. 2020년 기생충과, 2022년 윤여정에게 주어진 트로피는 그걸 증명하는 듯 보였다. K-POP과 한국 문화를 담아낸 케데헌이 이번 오스카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 또한 이젠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상식의 품격과 다양성은 누구에게 상을 주는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제가상 직전 부문이었던 촬영상 수상자들은 4분 가까이 소감을 말할 수 있었다. 이날 두 번 수상한 케데헌팀은 두 차례 모두 소감 중에 음악이 나왔다. 장편애니메이션상 때는 조금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지만, 주제가상 때는 그 조차 없이 광고로 넘어갔다.
누군가는 그것이 오스카의 "관행"이라고 말한다. 45초 내에 끊어야 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는 오스카의 관행이라고. 그러나 관행은 인종을 가려서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5분 40초 동안 음악을 3번이나 끊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들쑥날쑥한 것을 우리는 관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무대 위, 시간을 누가 얼마나 갖느냐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 '짧은' 순간은 수상자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100주년을 앞둔 오스카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다양성은 트로피를 주는 것으로 완성되는가. 무대 위에서 2분도 채 말하지 못한 케데헌의 밤이, 그 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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