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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12. 2022

부채와 자본

자금조달의 두 가지 원천

금융이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라면, 그다음 알아야 할 것은 자금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다. 여기서 금융은 회계와 얽힌다. 자금의 성격을 밝히고 그들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일이 회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회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자금의 조달은 크게 두 가지 재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로 부채와 자본이다. 일상의 용어를 빌려서 이야기하자면 무엇인가를 살 때는 주머니에 가진 돈으로 사거나, 혹은 돈을 빌려서 사야 한다는 뜻이다. 자금의 조달이 이 두 가지 재원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선택이다. 가진 돈을 쓸 것인가? 혹은 빌릴 것인가?


대개 우리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면 질문의 답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빚을 지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매입하는 대상이 일상생활의 재화가 아니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자산이라면 질문의 답은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물론 여기서 ‘빚을 져야 더 비싼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라는 조건은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원하는 물건의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우리는 빚을 져서 매입할 수도 있고, 자본으로 매입할 수도 있다. 그만큼 돈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자. 그러니 살 수 있는지 여부는 고민하지 말고 빚져서 사는 것이 좋을지, 내 돈으로 사는 것이 좋을 지만 고민하면 된다.


이쯤 되면 ‘돈 걱정 없다면 당연히 부채보다는 자본이 낫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빚을 내면 이자도 내야 하는데 굳이 돈이 충분한 상태에서 이자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때 간과하는 것은 자본에도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내 돈을 쓰는데 무슨 비용이 따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자본에는 언제나 비용이 존재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기회비용’이 따른다. 내가 가진 자본은 눈앞의 투자안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다른 투자안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러니 자산을 매입할 때에 자본을 사용하더라도 언제나 거기에는 비용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비용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단순히 은행 이자와 비슷하게 그 자본을 투자 위험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무위험자산, 예를 들어 국채와 같은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가를 따져 보는 경우도 있고,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에 자본금을 댄 주주가 필요로 하는 수익률, ‘주주요구수익률’을 따지는 경우도 있다. 금융시장의 이론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여러 가지 관점이 존재하고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본에도 항상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이며, 그 비용이 기본적으로는 기회비용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기회비용적 요소를 주로 고민하게 되지만,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더 복잡한 문제가 얽힌다.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은 대체로 주식의 발행이다. 기업은 주식을 발행하고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들에게 자본금을 확보하는 대신 기업 가치의 일부를 그들이 소유하게 한다. 반대로 주주는 자신의 돈을 기업에 자본금으로 납입하면서 기업의 일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기업은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도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확보하고 주식의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을 IPO(기업공개)라고 부른다. 기업공개는 주식을 통해 자본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일반 시장에서 열리는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일반 시장이 아닌 기업체들을 통해 자본금을 얻는, ‘증자’도 자본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때는 동일한 일이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며 주식을 매입한 기업이 매도한 기업의 권리를 획득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 조달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다고 하면 하나의 주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기업가치를 발행한 주식의 숫자로 나눈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자본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는 기업가치의 비중은 감소한다. 이는 주식 한 단위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존 주주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자신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 기존 주주들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배당 수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주주요구수익률을 늘리게 되고 자본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복잡한 과정, 복합적인 요인이 고려되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자본을 늘리는 행위도 비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사고 싶은 자산이 있을 때 자본으로 매입할 것인가 부채로 매입할 것인가는 어려운 고민이 된다. 현시점에서 자본을 늘리는 것에 따르는 비용이 더 작을 것인가, 아니면 부채를 늘리는 것에 따른 비용이 더 작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물론 빚을 진다고 할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이자’이며 실제로 이자는 부채비용의 주된 비중을 차지한다. 자본비용보다 부채비용이 더 친숙한 이유가 이자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부채에도 이자 외에 고려해야만 하는 요소가 반드시 존재한다. 부채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부채비율이 높아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재무비율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주게 된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주는 부정적 인식은 다시 자본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부채 사용이 자본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형태이며 부채 사용을 그 자체로 평가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본은 이를 사용한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자본을 납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그치지만 부채는 모두가 알듯이 이를 사용한 투자가 잘못된 경우에는 부도와 같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비용 체계는 이렇듯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채비용 하나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기업은 금융을 할 때, 즉 자금을 조달해야 할 때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채를 사용할 것인가, 자본을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금융회사가 가진 특징이 하나 있다면 부채를 통한 자금 조달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다. 대개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금융 상품은 고객의 돈을 미리 받아 두는 형식을 취한다. 은행 예금은 저축이라는 목적을 위해 고객의 돈을 은행이 맡아 두는 것이다. 그 돈의 실질적인 권리는 여전히 고객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인출할 수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 그 돈은 부채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증권사라면 조금 성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투자의 결과가 오롯이 고객에게 전가되는 형태가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는 성격의 상품을 판매했다면 보장되어야 하는 원금의 크기만큼은 부채가 된다. 그리고 보험은 상품의 성격 자체가 부채를 의미한다. 보험 상품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어떤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속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먼저 보험료로 받아 두는 형태의 계약이다. 우리가 납입한 보험료는 나, 혹은 누군가가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받아야 하는 보험금의 재원으로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채이며 또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돈이다. 은행에서 고객이 예금을 찾고 싶을 때 언제든 지급할 수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이 보험 회사도 고객에게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보험이 아주 긴 기간에 걸친 상품이라는 점이 부채 증가에 한몫을 한다. 보험은 어떤 금융 상품보다도 만기가 긴 상품에 속한다. 종신보험의 만기는 사망 시점이며 암보험을 포함해서 주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80세 만기, 90세 만기, 최근에는 100세 만기 상품도 흔히 볼 수 있다. 만기가 수십 년에 이르는 이러한 상품에서 미리 받는 보험료는 모두 부채가 되며 만기가 긴 만큼 그동안 고객에게 줘야 하는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금융회사의 조달 비용은 일반적인 기업보다도 더 복잡한 방정식 속에서 결정된다. 보통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금 조달 원천인 주식, 대출뿐만 아니라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부채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자금이 조달된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금융 회사의 다음 고민이 된다. 금융 회사는 영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금을 조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을 상쇄시키는 투자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대차대조표 상 우측, 대변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차변은 이에 맞춰서 증가해야 한다. 대변이 증가하는 속도를 차변이 따라갈 수 없을 때 그 금융회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회사와 달리 이러한 문제는 금융회사의 영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금융회사는 간단히 봐서 대변과 차변이 증가하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 즉 대변에 증가하는 의무가 투자를 통해 늘린 자산의 가치보다 크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자금의 조달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금융은 이렇듯 자본과 부채라는 조달 방법을 통해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이 회계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회사가 영업을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달한 돈으로 충분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조달한 돈이 얼마이고, 만들어 낸 수익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회계가 필요하다. 물론, 회계의 입장에서도 금융회사의 회계를 하는 것과 일반적인 회사의 회계를 맡는 것은 또 다른 일이 된다. 금융 자체를 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가진 특징이 그들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데 시간가치나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방법과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니, 금융을 알았고, 금융회사의 영업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그들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 요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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