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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20. 2022

자연재해와 금융

2. 채권시장에서 자연재해는 어떻게 담보하고 가격이 결정되는가?

자연재해가 만들어 낸 첫 번째 금융은 보험이었다. 그중에서도 보험이 가진 여러 보장 범위 중에서 자연재해에 해당하는 것들만 쏙쏙 골라서 만들어 낸 것은 계약의 형태가 비교적 자유로운 재보험에서 많이 다루고 있었다.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재보험에서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준은 물론 마지막에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기는 하지만 자연재해 모델(CAT Model)이었다. 재보험계약에 영향을 줄 만큼의 거대한 자연재해 피해는 과거에 발생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과거 데이터를 통해서 산출하는 방법이 기본적인 전통적 보험료 산출 방법들이 전무 무력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공의 데이터, CAT Model이고 그 데이터의 제공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2개의 회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 CAT Model의 자연재해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보험계약의 보험료는 책정된다. 그러면 다른 금융상품들은 어떨까?


보험은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아주 전통적인 형태의 계약이다.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 보험 외에도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형태, 그러나 보험은 아닌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연재해 채권(CAT Bond)이다. 보통 채권은 채권자들이 돈을 빌려주고 만기에 원금과 함께 그 대가로 이자를 수취하는 계약이다. 이자를 주기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 만기에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는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와 함께 원금을 받아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자연재해 채권은 이 '빌린 돈'을 이용해서 자연재해 손실을 충당한다. 보험은 미리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자연재해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충당한다면 자연재해 채권은 미리 '빌린 돈'을 사용해서 자연재해 손실을 충당한다. 그리고 채권인만큼 빌린 돈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지급하게 되는데 그 이자가 일반적인 채권보다는 당연히 높다.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내가 빌려준 돈이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사용된다면 원금을 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리스크에 대한 가격으로 이자를 더 주는 것이다. 보험의 가격이 보험료라면 채권의 가격은 금리다. 보험은 예상되는 손실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더해서 보험료를 받고, 채권은 예상되는 손실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서 금리를 결정한다. 채권 금리는 바닥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보통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무위험채권의 금리를 0 자리에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리스크에 따라 상승한 금리, 즉 채권의 가격을 이들 무위험채권과 위험채권의 금리 차인 '스프레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보험이 보험료로, 채권은 금리로 가격을 나타낼 뿐 원재료는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여전히 자연재해가 입힐 손실을 과거 데이터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가공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평가해야 하는데 이때 가능한 데이터는 CAT Model을 제공하는 2개 정도의 회사밖에 없다. 그러니 결국 기초 데이터는 같은 상황에서 보험은 보험의 방식으로, 채권은 채권의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은 자연재해가 예상보다 덜 발생하게 되면 남은 보험료를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고, 채권은 자연재해가 덜 발생하는 경우 원금도 지키면서 높은 금리 수준으로 인한 이자도 확보할 수 있다. 대략 느낄 수 있겠지만 기초 데이터가 같은 만큼 이상적으로는 이런 케이스에서 남는 보험료 이익과 채권의 원리금이 주는 투자수익률이 비슷해야 한다. 그게 성립하지 않으면 금융에서 말하는 무위험 차익거래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으며 서로 시장이 다른 만큼 약간의 차이가 생기기는 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는 만큼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험시장에 전가할 것인가, 혹은 채권시장에 전가할 것인가, 이 질문이 CAT Insurance와 CAT Bond를 가를 뿐 본질적인 면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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