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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27. 2022

키워드로 보는 경제전망

2023년 첫 번째 키워드, '고용'

2022년 경제를 움직이는 동인은 인플레이션, 다른 말로는 '물가 상승'이었다.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시경제 변수에는 금리, 통화량, 환율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런 변수를 가장 뒤에서 흔들고 있는 뿌리가 무엇이냐고 하면 올해는 인플레이션이었다.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 특히 미국이 보여준 엄청난 속도의 금리 인상이 자산가격의 하락과 '킹달러'로 표현되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환율 상승 등의 효과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러한 금리 인상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냐고 하면 인플레이션이었다. 여기서 끝나면 단순히 현상을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온 이유가 있는 만큼 인상이 언제나 정답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거시경제 변수는 그들의 변화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만들어낸다. 대체로 겨시경제 변수를 움직이는 이유는 그 두 가지 상반된 흐름 중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우리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만들어내는 상반된 변화는 인플레이션 억제, 그리고 경기 억제다. 일단 무엇이 더 중요하냐를 논하기 전에, 인플레이션 억제는 좋은 결과인 것 같은데 경기 억제는 나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서 두 가지 모두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둔다. 경기가 호황이라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들이 생산되면서 사회 전체의 부가 커지기 때문에 자산의 가치도 상승한다. 그러니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좋은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인플레이션 억제가 좋은 의미를 주는 이유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는 코로나를 겪으며 침체되었다가 기저효과로 반등하면서 성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성장 동력을 잃어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고인플레이션 환경은 자연스러운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반대로 경기 억제 또한 어감처럼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불황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침체가 가속되는 경향도 있지만 반대로 호황일 때도 사람들의 심리가 들떠서 과열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그 과열은 자산시장의 버블 형성으로 이어지는데 경기가 좋다 보니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 기대에 힘입어 더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대출까지 최대한 끌어 쓰면서 다 같이 자산을 매입하게 되면 그에 힘입어 주식, 부동산 등 모든 자산가격은 일제히 상승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승세 또한 경제 성장에 의해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만들어지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서로가 만들어 낸 가속도에 의해 자연스러운 수준을 벗어나게 될 때 발생한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은 부를 창출해내고 있지 못한데 자산의 가격만 계속해서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거품'이라고 부른다. 거품이 어느 순간 확 꺼지듯이 시장에 더 이상의 과열은 없다는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자산가격은 순식간에 떨어지게 되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가격의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실제로 우리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이 현상을 경험했고 아직도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한다. 경제는 성장하지 않았지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 양적완화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는 유례없는 거품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인플레이션 억제도, 경기 억제도 모두 언제나 좋고, 언제나 나쁜 결과만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이 있고 그 진단에 따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처방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2022년에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내린 진단과 처방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저울에서 인플레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그들이 내린 진단은 '경기가 침체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현재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진단에 따라 '급격한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이 이어졌다.


그러니 우리가 앞으로의 경제를 전망하고 싶다면 2023년에는 우리 경제가 어떤 진단을 받을지를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진단이 건강검진처럼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어디가 중요한 지점일지를 아는 게 진단결과를 예상하는 데 힘이 된다. 경제라는 조직은 인체에 빗대면 워낙 많은 조직과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매번 전체를 검진하다 보면 결과를 확인하고 반응하는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예상되는 지점을 정밀검진하고 면밀하게 지켜봐야 남들보다 먼저 결과를 알 수 있고 거기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2023년에 우리 경제를 쥐고 흔드는 진단 포인트가 무엇일까?이다. 인체로 말하면 간일지, 심장일지, 폐일지와 같고 경제로 보면 경기일지 물가일지 자산가격일지 등과 같은 질문이다.


그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2023년 첫 번째 키워드는 고용이다.


일단 2023년에 들어서게 되면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상하듯이 금리 인상 효과로 물가 상승세는 둔화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늘어났던 대출과 고금리가 겹쳐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친다면 금리 인상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했던 인플레이션 억제는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와중에 다른 변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지금 우리가 침체를 걱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더 큰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경기가 아직 힘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가 침체였다면 이런 교환을 하기 어렵겠지만 경기가 아직은 뜨겁기 때문에 경기 하강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교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뜨겁다는 것의 근거는 고용시장이었다. 사실 소비시장의 경우 그동안 현금 지원 정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현금 자체가 늘어나서 버티고 있었고, 자산시장 과열에 따라 단순 저축이 가지는 의미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소비문화도 더 강해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니 소비가 지금껏 잘 버틴 것은 원인을 알기도, 미래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소비를 표현하는 문장은 '좋았으나 위태롭다'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고용시장은 지표만 봤을 때 아주 튼튼했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 이후 자국 우선주의와 맞물리면서 아주 좋은 지표를 보여줬다. 자연실업률을 밑도는 실업률을 보여주면서 완전고용을 이뤄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탄탄했던 고용시장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시작은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었다. 코로나가 부풀린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실적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키워왔던 외형을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었고 대규모 해고, 'Layoff'를 단행했다. 메타, 아마존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기업은 이미 대규모 해고를 발표하고 진행했으며 이름만 대면 아는 이런 기업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테크 기업들도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테크 기업들을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월마트 등 금융 및 소매 전반으로 인원 감축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이 모습은 경기 과열에 따른 빛을 가장 많이 본 기업들, 즉 경기 선행지표와 같은 기업들부터 앞으로 닥칠 경기 한파를 미리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이 준비하는 모습으로 볼 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 공은 근로자 개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튼튼해 보였던 고용시장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고통스럽게 이어질 고금리는 고용 한파에 내몰린 근로자들에게 더 큰 이자 부담을 줄 것이다. 가처분소들을 계산하기는커녕 과열되었던 시장에서 부채를 끌어다가 부동산을 구입했던 사람들에게는 이자도 내기 어려운 현실이 닥칠 수 있다. 관건은 이렇게 근로자가 무너지는 시기가 왔을 때 시장이 견뎌낼 수 있는지에 있다. 아마 필수재를 제외한 재화의 소비가 흔들릴 것이고 개인들이 많이 매수하는 애매한 위치의 부동산이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한 번 시작되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텐데 점점 더 가속화되면서 진행되는 균열의 끝에서 금융기관이나 정부가 그 파도를 견뎌낼 수 있는지가 그것을 균열에서 끝나는 일로 만들지, 아니면 금융위기와 같은 사건으로 만들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일단 시작되고 나면 그 뒤에는 언제 어떻게 멈추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경제는 금융시장에 힘입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고, 세계화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그 그물망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어디에, 얼마나 큰 폭탄이 쌓여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이유로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시작점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진단을 해야 할 지점을 미리 골라서 그 지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분기점이 될 2023년에, 가장 중요한 진단의 포인트는 고용시장일 것이다. 고용시장의 균열이 시작된 지금, 이 균열이 예상치 못한 수준의 급격하고, 동시다발적이고, 전방위적인 인력감축으로 이어진다면 그 충격이 경제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위태롭긴 하다. 이전에 충분히 좋았던 테크 및 금융 기업에서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고 있어서 아직 시그널뿐이지만 이전에도 좋지 않았던 기업들, 시장의 평균 수준에서 역할하고 있던 산업과 기업에 이러한 현상이 전염되는 순간 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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