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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08. 2022

재보험계약의 수익성(Profitability)

Optimization

  재보험은 '재' + '보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재'는 '다시'라는 뜻이지만 그것보다는 '파생상품'이라는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니, 다시 말하자면 재보험은 보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다루는 분야이다. 이러한 재보험계약의 수익성은 어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까? 재보험계약이 보험의 파생상품이라면 그 계약의 수익성은 보험의 관점에서도 고민해야 하며, 파생상품의 관점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보험과 파생상품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때, 순서 상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보험의 영역이다. 상품의 구조 상 기초자산의 수익성을 먼저 평가하고 파생상품의 특성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보험의 순서가 먼저라고 해서 보험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영향력은 상대적이다. 재보험 계약의 특성에 따라 기초자산을 비틀어 낸 정도, 즉 파생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파생상품으로써의 관점이 갖는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보험의 관점에서 수익성을 판단한다는 뜻은 단적으로 말해서 '계리(Actuarial Science)'를 한다는 것이다. 계리는 보험 상품의 평가를 위한 학문인데 기본적으로 확률과 통계를 활용하고, 수지상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보험 계약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즉 개별 보험 계약에 대해서 들어오는 보험료와 나가는 보험금이 있으며 각각이 확률에 따라 결정되는 변수라고 하면 그 확률에 대한 고민을 하고, 현재 시점에서 각 확률과 현금흐름이 만들어내는 기대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주를 이룬다.


  이때 보험의 관점에서 계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산출 과정이 적절했는가?'이다. 산출에 사용된 위험률은 충분한 통계적 기초에 의해 산출되었는가,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했는가와 같은 질문이 포함되며 공제액이나 보상한도액 같은 손해액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통계를 사용해서 확률 분포의 모델링을 했다면 그 모델이 현재 계약에 대해 최선 추정치를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인지 등을 계리적 방법론에 의해서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계리적 방법론에 의해 산출된 과정이 문제가 없다면 계리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은 갖춰진 셈이다.


  다만, 보험의 관점에서 추가로 다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계약이 포함된 종목이 가지는 특성이다. 재물, 기술, 해상, 특종보험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재물과 기술은 담보 손인에서는 비슷할 수 있어도 재물은 기 완성된 건물이 주를 이루며 기술보험은 공사 중인 건물이 담보 대상인 경우가 많다. 거기서 발생하는 보험기간, 손해액 지급 시점의 차이가 있으며 해상은 바다 위의 사고를 담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특종보험은 다른 종목에 비해 소송과 같이 클레임의 확정 기간이 길게 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Long-Tail 종목으로서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계리적 방법론의 타당성과 함께 개별 종목이 가진 특성을 고려해서 해당 계약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보험의 관점에서 해야 할 일은 잘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보험의 관점에서 계약의 평가를 끝마쳤다고 해서 재보험의 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원수보험이라면 그 계약의 수익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해서 수익이 될지, 아닐지를 결정한 뒤에 판매 여부를 결정하면 되지만 재보험 계약은 기초 수익성 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비로소 파생상품의 문제가 시작된다. 2차 시장인 재보험 시장에는 이미 판매된 상품을 통해 파생된 수많은 계약이 존재하며, 독립적인 평가보다는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계약 중 가장 우량한 계약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수의 계약을 평가해본 뒤 그들 계약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재보험 계약은 하나하나의 계약이 독특한 성질을 가지며 여러 데이터의 동질성 하에서 해당 계약의 결과를 최초에 추정한 그대로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최선 추정치를 각 계약에 대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선 추정일 뿐,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가 될 수 없다. 꽝 혹은 당첨인 복권을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복권에서 수령할 수 있는 상금의 기댓값은 1000원 선에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복권 하나를 사놓고 1000원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원수 계약처럼 나름 동질적인 계약을 다수 유지할 수 있다면 기댓값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재보험 계약은 그게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최선 추정치인 기댓값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미는 달라질 뿐이다. 모수가 많을 때 최선 추정치는 말 그대로 그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의미만 부여하게 된다.


  복권을 무수히 많이 산다면 평균적으로 얻는 상금은 1000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 장의 복권에 대해서는 해당 복권을 1000원에 사는 것이 적정한 거래였다는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결과의 기대에서 가격의 적정성으로 의미가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재보험 계약은 그 계약에 대해 평가된 최선 추정치만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다른 파생상품을 다루는 것과 동일하게 평균과 함께 위험, 즉 변동성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 대개, 파생상품 시장을 처음 공부하게 되면 포트폴리오 이론에 대해 접하게 되는데 재보험도 포트폴리오 이론 관점에서 파생상품의 영역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손익의 최선 추정치는 얼마인지와 함께 이 추정치가 틀릴 가능성, 즉 변동성을 반영해서 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가로축에 위험, 세로축에 평균 손익을 두고 각 계약을 평가하는 방법과 동일한 맥락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때 재보험사가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우측 상단의 대각으로 놓인 두 계약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우측 상단으로 놓였다는 뜻은 하나의 게약이 위험도 더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그만큼 기대 손익도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더 많은 위험을 지면서 더 높은 손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인데, 중요한 것은 이때 얼마나 손익을 한 단위 올리기 위해서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우측 상단의 대각으로 놓인 두 계약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한다. 한 계약이 다른 계약보다 위험도 높고 기대수익도 높지만 회사가 최적으로 생각하는 위험과 기대수익의 교환 비율만큼 기대수익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다면 더 안정적인 계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러니 두 계약 중 무엇이 옳은 지에 대한 질문은 선택을 하는 회사가 가진 위험에 대한 관점이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재보험 계약의 평가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눠져야 한다. 우선 기대수익-위험 평면에 해당 계약을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한 독립적, 계리적 평가 절차가 필요하다. 계리적 방법론을 고도화하여 과거 데이터에서 해당 계약의 현재 통계량을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기초 통계적인 모델링, 최적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험 포트폴리오의 경우 거기에 포함된 물건의 특성, 계약자의 변화와 같은 익스포져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계리적 과정을 거쳐 해당 계약을 평면 위에 가능한 정확하게 표현했다면 두 번째 절차가 시작된다. 우리는 한 단위의 위험 증가를 어느 정도의 기대수익으로 보상받아야 할 것인가?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총량, 그리고 각 지역이나 종목별로 사내 포트폴리오가 분산되어 있는 정도 등이 그 기준을 결정해 줄 것이다. 물론 정량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기에 위험의 보상 정도는 결국 의사결정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시장은 항상 회사에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이 위험을 인수하는 대가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인가?' 그 전략에 따라 회사의 재보험 계약 수익성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그토록 강력하기 때문에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모든 회사가 사내 포트폴리오에 가장 적정한 위험의 정도를 찾아내기 위해 내부모형(Internal Model)의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위험을 선호하고, 그 위험을 한 단위 더 인수함으로 인해서 바라는 보상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재보험회사는 결국 이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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