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Jan 01. 2022

재보험 계약의 종류

기초자산의 담보 방법에 따라서, '특약과 임의'

  파생상품은 복잡하지만 두 가지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기초자산을 무엇으로 결정할 것인지(What)에 대한 질문이고, 두 번째는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을 가지고 어떤 파생상품을 만들어 낼 것인지(How)에 대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선물 계약은 기초자산이 주가지수나 현물이 되고 그 기초자산의 미래 예상 가치를 그대로 반영해서 만들어내는 파생상품입니다. 반면 옵션은 조금 독특한 형태인데, 기초자산은 물론 특정 주식이나 지수, 현물이 될 수 있지만 파생상품의 가치가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기초자산의 가치가 행사가격 미만인지, 이를 초과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CDO(부채담보부증권)은 기초자산을 금융회사, 대개 은행의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로 정하며 그 기초자산에서 만들어지는 현금흐름을 최초의 일시금 형태로 전환하는 파생 방법을 지닌 상품입니다. 이렇듯 복잡한 파생상품이라고 해도 기초자산이 무엇인지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되는 방법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보험이 보험의 파생상품이라면 재보험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구조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그중에서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을 가지고 어떻게 파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재보험을 비례 재보험과 비비례 재보험으로 나눕니다. 비례 재보험과 비비례 재보험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했으니 이제는 기초자산의 결정으로 나뉘는 재보험 계약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재보험 계약의 종류는 기초자산이 무엇인가 보다는 기초자산이 결정되는 규칙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물론 기초자산을 생명보험으로 할지, 화재보험으로 할지, 자동차보험으로 할지와 같이 기초 자산의 담보 대상 자체로도 분류할 수 있겠지만 크게 재보험을 나눌 때는 담보 종목을 가지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습니다. 담보 종목은 결정된 상태에서 출재를 하는 원수보험상품에서 어떤 개별 계약이 재보험 계약에 포함되는지, 그 포함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있는지에 따라 구분하며 특약(Treaty)과 임의(Facultative)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기초자산이 결정되는 기준, 룰이 있다면 그 재보험은 특약이라고 부르고 룰이 없이 임의로 기초자산이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보험 계약은 임의 재보험 계약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원수 보험사가 '올해 계약하는 모든 자동차보험 계약'을 담보 대상으로 하는 재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고 하면 이 계약은 특약이 됩니다. 올해 초에 이러한 특약 계약을 체결해둔다면 A 보험사는 인수하는 모든 자동차보험 계약에 대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재보험계약의 대상에 이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규칙이기 때문에 한 번 결정했다면 담보 대상 여부는 규칙에 의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이죠. 대개 이 규칙에 담보 종목이 포함되고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보험사라면 특정 지역에서 인수한 계약이라는 지역(Territory) 조건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특약한도액(Limit)이라는 조건을 붙이기도 하는데, 이 조건은 특약에 포함되는 계약의 가입금액 한도를 제한합니다. 생명보험의 재보험 특약인데 특약한도액이 1억 원이라고 하면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가입한 사람의 생명보험 증권은 재보험에 포함되지 않겠죠. 회사 대 회사로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규칙은 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가 서로 합의만 한다면 특정한 조건을 더 붙여 이에 해당하는 계약만 기초자산으로 포함되게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쓰여 있는 문서를 특약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한 규칙을 가지고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재보험 계약을 하다 보면 개별 보험계약 하나하나마다 재보험 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고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편하면서도 예외가 하나둘 나타나게 됩니다. 특약 한도액을 1000억으로 해서 화재보험 특약을 체결했는데 롯데월드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같은 거대한 물건의 화재보험 계약이 들어온다고 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물건은 설비나 그 안에 있는 재고자산의 가치까지 고려하면 수 조원, 혹은 수십 조원의 보험금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계약입니다. 그래서 재보험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지 않으면 한 번에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재보험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특약한도액을 높이자니 이 물건을 포함하는 수준까지 한도를 높이게 되면 1000억과 조 단위 보험금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수많은 계약도 특약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한두 개의 거대한 물건을 포함하고자 기준을 조정하게 되면 불필요한 수많은 계약도 함께 딸려 들어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태가 '임의 재보험'입니다. 임의 재보험은 특약에 포함되지 않는 개별 물건에 대해서 하나씩 인수 여부를 판단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까 이야기한 롯데 타워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같은 거대한 물건은 임의 재보험으로 분류해서 하나씩 재보험료도 산출하고, 계약 조건도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렇게 담보 대상을 결정할 때는 규칙이 존재하는지, 혹은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따라 특약, 임의재보험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특약이나 임의로 담보 대상이 결정되게 되면 그 담보 대상에서 발생하는 보험료나 보험금과 같은 현금흐름을 어떤 식으로 재보험자가 받고 또 보상하게 될지 결정하는 게 비례, 비비례 재보험이었죠. 담보 대상과 담보 방법 2가지가 각각 교차되며 총 4가지의 재보험 계약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물론 그 외의 재보험도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이 4가지가 주요한 재보험 계약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례 특약, 비비례 특약, 비례 임의, 그리고 비비례 임의 계약이 되겠죠. 물론 이들 계약이 담보하는 기초자산의 종목이 생명인지 화재보험인지, 혹은 기술보험인지 등으로 또 분류를 하게 되면 더 세분화시켜서 재보험을 분류할 수 있겠지만 종목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애초에 보험 자체의 특성인 만큼 재보험에 와서 새롭게 구분될 수 있는 영역은 특약과 임의, 비례와 비비례라고 볼 수 있겠죠.

작가의 이전글 재보험 계약의 형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