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에서 드문 '우천 취소'
야구는 기본적으로 날씨를 '타는' 운동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돔구장을 갖춘 극소수의 팀을 제외하면 비가 많이 내리거나 태풍이 오거나 하면 그날의 게임은 취소된다.
그런데 우리 동네 리틀야구에서는 웬만한 비 예보에는 사전에 게임을 취소하는 일은 드물다. 허리케인이 몰려오거나 강풍으로 바깥 외출을 자제하라는 정도의 경보가 아닌 바에는 '일단 필드 상황을 보자'며 구장에 모이라고 한다.
처음엔 게임이 있는 시간에 분명히 비가 올 것 같은데 왜 취소하지 않고 모이라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차피 비로 인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면 카운티 교육청에서 학교 운동장에서의 방과 후 활동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고, 리틀리그 차원에서도 구장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 번은 구장에 모여서 아이들이 몸을 풀고 게임을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번개가 치는 바람에 서둘러 취소하기도 했다. 그 때 아이들의 실망한 눈빛이란... 물론 나를 포함한 부모들은 안도했지만.
어쨌든 천둥번개가 치거나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까지 미치지 않는 가벼운 비가 내리는 경우라면 그냥 빗 속에서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는 것 같다. 지난 세 차례 시즌에서도 '우중 게임'을 매 시즌마다 두 번 정도는 치른 기억이다. 특히 학교 운동장처럼 그냥 잔디와 모래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인조 잔디(turf 라고 한다)를 갖춘 전용 야구 구장이라면 코치들도 부상의 위험이 적기 때문에 게임을 지속한다고 설명하곤 한다.
평일 저녁 게임이 있었던 어제는 마침 내가 휴무여서 편한 마음으로 아이를 데려다줬다. 학교 운동장은 아니었지만 turf 구장도 아닌, 그냥 평범한 구장이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이 날씨가 잔뜩 흐리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게임이 중반부로 넘어갈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를 지켜보며 이것저것 코치 보조 역할을 하던 부모들은 옷에 달린 후드를 덮어쓰거나 덕아웃으로 잠시 피신했지만, 우리의 선수들은 끝까지 경기를 마쳤다.
구장을 떠나면서 아이에게 비 맞아서 괜찮은지를 물었더니 "비가 거의 내리지도 않던데?"라고 반문하고는 게임 후 받은 스낵을 먹는데 열중했다. 하긴 3주 전에 머리부터 신발까지 홀딱 젖어가며 게임을 했던 것에 비하면 이날의 비는 '애교' 수준이기는 했다.
Raine or Shine (비가 오거나 해가 쨍해도 - 날씨에 무관하게, 라는 의미로 쓰인다). 리틀야구에도 적용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