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사카라 무덤이 전해주는 인류 문명사
<사카라 무덤 >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사카라 무덤의 비밀> 이집트 고대 유적을 발굴하는 이집트 고고학자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사카라의 고분군는 이집트 고왕국시대의 피라미드 소재지로서 기원전 2500여 년 전 이집트 최고(最高)의 석조건축인 제3왕조 조세르왕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비롯하여, 10여 개의 피라미드군(群) 등이 현존한다. 많은 유적들이 지금도 계속 발굴되고 있는데, 보존상태며 정교함과 화려함이 놀라울 뿐이다. 다큐를 보면 모래 구덩이 속에서 발견되는 미이라나 조각상들의 연대가 보통 기원전 2000년이다. 우리로 치면 단군 할아버지, 환웅, 웅녀 할머니의 동기동창생들이 흙만 파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인데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우리네 조상님들이 호랑이와 곰에 쫓겨 다니며 동굴에 숨어서 마늘과 쑥을 씹어 먹으며 살 때의 이야기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상업의 ‘앗시리아’와 정치의 ‘바빌로니아’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은 이집트로 건너가 고대 문명의 꽃을 피웠다. 이집트는 기원전 4000여 년부터 전성기를 구가하며 미개한 그리스인들에게 선진문명을 전해주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것의 시작은 지구의 기후 변화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고지대에서 침식된 뒤 페르시아만으로 흘러와 쌓인 충적토가 메소포타미아 저지대의 습지 땅을 비옥하게 했다. 생산성이 높은 농업 발달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고 세계 최초의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기후의 변화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건조해지기 시작하자 사하라 지역의 지표수도 메말라갔다. 그러자 이 지역에 퍼져있던 사람들이 발달된 농업기술을 가지고 나일강 상류지역으로 옮겨가며 밀집 정착하였다. 나일강이 제공한 농업지역, 주변 사막화가 제공한 천연 방어의 환경이 이집트 문명을 안정적 상태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빙하기>와 <간빙기>
지구는 지난 260만 년 동안 40-50번의 빙하기를 거쳤다. 빙하기는 평균적으로 8만 년 동안 계속되었고, 간빙기는 1만 5000년 정도 지속되었다. 약 1만 7000년 전 시작된 현재는 빙하기로 돌아가지 전의 짧은 휴식기이다. 빙하기에 얼음이 북유럽과 아메리카를 뒤덮으면 해수면은 120m 낮아지고 대륙붕들은 마른땅으로 드러난다. 기후는 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툰드라와 건조 스텝 지역이 늘어난다. 다시 빙하기가 끝날 때쯤에는 후퇴하는 빙하의 뒤를 따라 자연 생태계가 뻗어가면서 식물과 동물들이 이동한다. 강과 호수가 생기고 바다가 넓고 깊어진다. 모여있던 사피엔스들이 흩어지며 문명이 퍼져 나간다.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의 저작 <오리진>. 인류 문명사를 지질학적 환경 변화의 인과관계로 풀어낸 스펙터클한 책이다. 이 모든 패턴 뒤에는 우주적 원인이 있다. 태양에 대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그 궤도에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지구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고 대륙과 해양이 자리를 바꾼다. 그 거대한 변화 속의 실금 같은 틈새를 따라 인류의 문명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태양과 지구가 그려놓은 대자연의 빅픽쳐 속에 살고 있는 하찮은 미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