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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Dec 10. 2020

김봉현과 검사님들의 “ 1도. 2부. 3빽.”



삼령오신 (三令五申)
 “세 번 호령하고 다섯 번 거듭 말한다.” <사기>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 제후국들이  치열하게 중원의 패권을 다투던  <춘추전국>의  시대.  오나라 왕 '합려(闔閭)'는 <손자병법>의 저자이자 병법가로 명성이  있던 제나라 출신 ‘손무(孫武)’를 부른다.  내심 ‘병법’과 ‘전술’에  일가견이 있었던 ‘합려’는 '손무'가 지은 병서를 모두 읽어보았으니 이론이 아닌 실전능력을 보여 달라며  자신의 앞에서 군대를 지휘해 보라며 '손무'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합려'는 궁궐 뜰에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들였다. '손무'는 그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오나라 왕이 가장 총애하는 후궁 두 명을 각 편의 대장으로 삼았다. '손무'는 모든 이에게 창을 들게 하고는 ‘좌향 좌’, ‘우향 우’ 등의 간단한 제식을 가르쳤다. 이렇게 군령을 정하고 북을 쳐서 제식을 명령했지만 궁녀들은 큰 소리로 웃기만 했다. '손무'가 다섯 차례 군령을 되풀이하고 북을 쳤지만 궁녀들은 여전히 깔깔댈 뿐이었다.

'손무'는 군사들이 군령을 따르지 않는 죄를 물어 좌, 우편 대장의 목을 베려했다. 누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오나라 왕은 깜짝 놀라 훈련을 중단할 것을 명한다. 그러나 '손무'는 전시에는 군령이 왕명에 앞선다며  단호하게 두 후궁의  목을 쳤다.  이 광경에  기겁한 궁녀들은  이후 '손무'가 명령하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도. 2부. 3빽.
'1도(逃) 2부(否) 3배(背)'라는 말은 형사사건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 우선 달아나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되면 최대한 힘센 연줄을 찾아 이른바 '빽'을 쓰라는 의미다.  어둠의 세계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금언’이다.  김봉현의  <검사 룸살롱 술접대> 폭로 이후,  이와 연루된 특수부 검사 출신  김봉현의 변호사와 그의 직계 후배 현직 검사 3인은  처음에는 수사 비협조로 1도(逃) 하였고, 김봉현과의 술자리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며 2부(否)하였다. 윤석열 총장도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발을 뺐다.  검찰 공보 기관 ‘친검언론’과 검찰당 여의도 출장소의 야당 의원들은 ‘검사의 말은 못 믿고 도둑놈의 말을 어떻게 믿냐? “ 며 검찰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침내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변호사와 검사 3인 술자리  동석이 확인되었다. 주장은 사실이었다. 검찰 수사결과는 봐주기 의혹이 있다. 줄이고 줄여서 현직 검사 1명만 ‘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했다. 3배(背)의 완성이다.   법기술자이신 검사님들이 일단 '도망'가고 잡히면 ‘부인’하고  마지막으로 제 식구 ‘봐주기’의  1도. 2부. 3빽의 신공을 몸소 시전 하셨다.  '도둑놈'들이 도망갈 때 쓰는 수법을 '도둑 잡는 분' 들이 똑같이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봉현이라는 나쁜 놈이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인맥을 통해  현직 검사들과 접선해서 거액의 술접대를 하고 커넥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망 다니는 돈 많은 도둑놈이 사주는 비싼 양주를  룸싸롱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마신 검사들이  얼마 후 이 사건의 수사검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반응은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았다. 언론은 ‘고작 이 정도냐? ’며 김봉현의 '거짓말'이라고  본질을 호도한다. ‘검찰 독립과 중립’을 위해 당장 ‘검란’이라도 일으킬 듯했던 검사님들의 정의로운 <게시판>은 고요한  침묵이고 ‘법과 원칙’을 슬로건으로 선거운동하시던  윤석열 총장님의 뜨거운 입도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다.  

'손무'의 <손자병법>
'손무'는 오나라의 군대를 엄하게 훈련시켜 강력한 군대를 만들었고, 당시 패권국이던 초나라의 수도를 함락시켰다. 그 후로도 '손무'는 '합려'의 아들 '부차'를 도와 경쟁국 월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승리하여 오나라를 중원의 최강 패권국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손무'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고 전장에서 수많은 군사의 생명을 책임지는 장수로서 스스로가 규율에  엄격했고  부대는 군령으로 다스렸으며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고  공과 사를 구분하였다.

<김봉현 검사 접대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행태는 대한민국 검찰의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의 현실을 보여준다.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조직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에 오히려 더욱 노골적으로  '선택된 특권'을 과시한다.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 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를 구현하는  조직이라면 그 수장과 구성원들 역시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불의를 심판하겠다며 검찰 조직의 '독립'과 '중립'을 외치는 자들이 요구하는 자신들만의  ‘특권’과 ‘면책’,  견제 없는 무소불위 '권력'.  이들의 ‘자기부정’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김봉현 #윤석열 #검찰개혁 #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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