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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Dec 08. 2020

< Educated > - 배움의 발견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한국어판 제목인 <배움의 발견>은 이 책의 제목으로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학습이나 지식과 관련한 책이 아니다. 인간에게 교육이라는 행위와 과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말해준다. 철저한 모르몬교 원리주의 가정의 일곱째  막내딸로 태어나  자급자족하며 산속 은둔생활로 유년기를 보낸 소녀가 16세에 집을 떠나  학교생활을 접한 후, 자신의 유년기를 회고하고 현재와 투쟁하는 책이다.  

저자 '타라 웨스트우드'는 아이다호의  고립된 산자락 밑 오두막에서 자랐다. 모르몬교 원리주의자인 아버지는 자식들이 아무리 아프고 위급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이것은 주님의 은총을 저버리고 타락한 인간 세계에 복종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교육체제와 의료체제는 사회주의자들과 ‘일루미나티’에게 접수된 정부의 음모다. 타락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식들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 정부군들이 아이들을 뺏어가지 못하도록 개인 무장을 하고 항시 대비를 하여야 한다.  지구 종말의 날 식수 전기가 끊기고 모든 것이 혼란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지하실에 음식을 쌓아 놓고 산속에 파이프를 연결해 식수를 공급받고 지하 연료탱크를 만들어 놓고,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자가 생산하는 방식으로 자급자족을 고집한다.  현금은 금과 은으로 바꿔 땅속에 묻어둔다.  아버지는 폐철을 처리하며 오빠들과 하루 종일 노동을 하고  엄마는 병원에 가지 않는 모르몬교 임산부들의 출산을 돕는 무허가 산모로서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이렇게 살면서 심판의 날을 대비하며 예수의 재림을 기다린다.  

타라는 출생신고도 없고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평일에는 산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가사와 노동을 하고  주말에는 부모님과 시골 읍내의 교회 예배를 다녀오는 것이 유일한 문명세계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던 중 일찍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집을 탈출한 셋째 오빠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부모라는 장벽을 벗어나  학교라는 문명의 세계로 나온다.  이후 그녀는 세상과의 격리를 통해 체득했던 성장기의 경험과 세상을 보는 독특한 관점, 그리고 뜨거운 학구열로 주위의 지지를 받으며  영국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침내 캠브리지 대학의 박사가 된다.   

'타라'는 교육과 배움을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을 구속했던  종교, 가정, 믿음의 속박을 끊고  마침내  자신과 가족을 모습을 성찰한다.  아버지의 광신적인 믿음과 집착은 조울증 때문이었고 오빠의 잦은 폭력은 종교적 순결을 위한 것이 아닌 잔인한 학대였다. 자신에게 강요되고 체화되었던  복종과 자포자기는 믿음이 아닌 억압이었음을  알게 되며 독립적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자신을 구속하던 환경을 극복하고 세상과 교류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educated>라는 것이다.

저녁 식사 후 식탁에 앉아서 몇 시간째 '아이돌' 유튜브만 보고 계신 막내 따님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 자아 발견의 <에듀케이션>이 필요한 곳은 바로 우리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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