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굽은 장인들: 몸으로 써 내려간 유일한 역사
"게으른 사람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남 굶을 때 죽이라도 먹는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노동'을 형벌처럼 여기고, 하루빨리 은퇴하여 '파이어족'이 되는 것을 꿈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기,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일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1. 이력서에 적히지 않은 위대한 경력
얼마 전, <오마이뉴스> 기사 속 93세 김병기 할아버지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책이다. 보리타작의 일인자였고, 글을 모르는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선생님이었으며, 마을에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관공서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행정가였다. 할아버지에게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 타인을 돕고, 깜깜한 마을에 불을 밝히는 '존재의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93세인 지금도 일이 고프다.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쓰임 받는 존재로서의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 등이 굽어야만 낼 수 있는 맛
TV 프로그램 <전현무 계획> 속초 편에 나온 '춘선네'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30년 넘게 요리를 하느라 허리는 90도로 굽어버렸다. 주방에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그 몸으로, 할머니는 고집스럽게 직접 간을 보고 국자를 젓는다. "내가 안 하면 그 맛이 안 나." 그 굽은 등은 슬픔이 아니라 훈장이다. 자신의 요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맛을 대접하겠다는, 타협하지 않는 장인(匠人)의 자존심이 그 등을 굽게 만든 것이다.
3. 진짜 '생활의 달인'이 대우받는 세상
우리는 TV에 나와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사람만을 달인이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진짜 달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성실히 쌓아 올린 김병기 할아버지, 춘선네 할머니 같은 분들이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는 세상은 명확하다. 요행을 바라는 자들이 아니라, 정직하게 땀 흘린 이들의 손이 더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 등이 굽은 그들이 가장 꼿꼿하게 존경받는 사회다.
Editor's Note
나의 글쓰기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93세가 되어서도 "나, 아직 쓸 이야기가 남았어"라며 키보드 앞에 앉을 수 있는 열정. 춘선네 할머니처럼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문장들을 고집스럽게 지켜내는 태도. 그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