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피디아

<금지된 일기장>: 쓰는 자는 힘을 갖는다, 그래서 두렵고 무겁다

by 린나이


"이 얇은 공책 한 권이 나를 가족들의 '하녀'에서 '주인공'으로 되돌려 놓았다."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소설 <금지된 일기장>의 주인공 발레리아는 '엄마'라고 불리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녀가 우연히 검은 공책을 사고, 가족들 몰래 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단지 하루의 일과와 감정을 기록했을 뿐인데,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들여다보면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1.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권력을 쥐는 일




발레리아가 일기장에 자신의 욕망과 가족들의 이기심을 적어 내려가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순종적인 인형이 아니다. 그녀는 판단하고, 분노하고, 욕망하는 주체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글쓰기는 권력이다. 백지 위에서 나는 신이 되고, 판사가 되고, 최초의 목격자가 된다. 펜을 쥔 자는 자신의 서사를 장악할 힘을 갖게 된다. 그 힘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일상을 파괴할 만큼 위태롭다.




2. 훔친 시간, 그리고 작가의 책임감




발레리아는 가족들의 눈을 피해 밤잠을 줄여가며 '시간을 훔쳐' 글을 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작가로서 서늘한 책임감을 느낀다. 발레리아가 자신의 시간을 훔쳐 썼다면, 드라마 작가는 타인의 시간(시청자의 시간)을 훔쳐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인생의 소중한 1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권력인 동시에 무거운 빚이다.




3. 재미, 감동, 그리고 화두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내가 쓰는 대본은 그 훔친 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가여야 한다고.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킬링타임용 이야기가 아니라,


숨 쉴 틈 없는 재미를 주고,


메마른 가슴을 치는 감동을 주고,


TV를 끈 뒤에도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묵직한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발레리아가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찾았듯, 나의 글도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파동이라도 일으켜야 한다. 그것이 펜이라는 권력을 쥔 자가 지켜야 할 유일한 직업윤리다.





Editor's Note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나는 더 고독해졌지만, 더 자유로워졌다." 소설 속 문장이 뼈를 때린다. 작가는 고독을 담보로 세상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그 시간만큼은 고독하지 않기를, 그리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나의 '금지된 일기장(대본)'을 채운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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