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피디아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이름이 바뀌어도 도망칠 수 없는 지독한 관계

by 린나이


"인생의 장르가 바뀌고 이름이 달라져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라는 거울 앞에 서 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2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1부보다 훨씬 두껍지만, 기이할 정도로 단숨에 읽힌다. 아마도 소위 '막장'이라 불릴 만큼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릴라와 레누의 삶을 사정없이 흔들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과 함께 '릴라 체루요'에서 '릴라 카라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친구의 삶은,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1. 이름의 변화와 인생의 변주곡




제목처럼 2부는 각자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달라지며 생기는 균열을 다룬다. 누구보다 영리했던 릴라는 부유한 식료품점 아내라는 족쇄에 갇히고, 레누는 나폴리를 벗어나기 위해 학업에 매달리며 지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화려한 예복을 입었으나 멍든 얼굴을 숨겨야 했던 릴라와, 책 더미 속에서 열등감과 싸우는 레누. 두 여자의 인생 장르는 이제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2. 지독하게 얽힌 두 여자의 관계




사건은 막장 드라마처럼 자극적이고 전개는 눈이 멀 정도로 빠르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다. 서로를 동경하면서도 질투하고, 가장 밑바닥의 치부를 공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에게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지독한 연대.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져도, 릴라와 레누는 서로의 인생이라는 톱니바퀴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한다.




3. 다음 장에는 어떤 파도가 기다릴까




2부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두려움 섞인 궁금증이 생겼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을 넘긴 이들에게 또 어떤 가혹한 일들이 일어날까? 사회적 지위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들의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이들은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동시에 구원하는 운명 속에 갇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ditor's Note




두껍고 빽빽한 활자들 사이를 헤엄치듯 단숨에 지나왔다. 릴라와 레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지켜보며, 작가로서 나는 이토록 집요하고 잔인할 만큼 솔직한 관계를 그려낼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인생의 파도가 높게 일수록 이들의 관계는 더 단단해질까, 아니면 결국 부서지고 말까. 다음 권이 주는 긴장감을 기분 좋게 안고 다시 책장을 넘길 준비를 한다.



3/5


image.png


작가의 이전글신드롬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