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혐오의 직선을 꺾어버리는 시야의 함수
"가장 빠른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꺾이고 뒤집힐 때, 그 굴곡을 타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제목 그대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싸움의 연속을 그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의 결은 다르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딸, 윌라 퍼거슨이 보여준 추격전은 단순한 도주가 아니라 혐오와 편견에 맞서는 거대한 은유처럼 다가온다.
1. 윌라 퍼거슨이 달리는 '함수의 세계'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윌라 퍼거슨이 추격전을 벌일 때 공간이 위아래로 기괴하게 꺾이는 순간이다. 마치 수학 시간의 복잡한 함수 그래프처럼, 도로는 하늘로 솟구치고 건물은 바닥으로 꺼진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낭떠러지라 생각하고 멈췄을 그곳에서 윌라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그 왜곡된 공간은 장애물이 아니라, 단지 '변수(x)'가 달라졌을 뿐인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평탄한 직선도로가 아니라, 언제든 예고 없이 굴곡진 함수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2.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맹목적인 속도
그녀를 쫓는 무리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는 맹목적인 신념처럼, 오직 앞만 보고 직선으로 달린다. 그들의 무기는 '속도'와 '힘'이다. 그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시각으로 윌라를 구석으로 몰아넣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좁은 시야는 결정적인 패착이 된다. 그들은 세상이 평면이라고 믿기에, 윌라가 공간을 비틀고 꺾을 때마다 중심을 잃고 추락한다. 혐오에 눈이 먼 자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자멸을 보여준다.
3. 속도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시야
이 장면이 통쾌한 이유는 명확하다. 윌라는 더 빨리 달려서 이긴 것이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혐오라는 한 가지 길만 보고 달릴 때, 그녀는 위와 아래, 그리고 꺾인 틈새까지 활용하는 넓은 시야를 가졌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영화는 말한다. 맹목적인 속도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판 전체를 읽어내는 눈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되는지를. 결국 승리는 혐오로 가득 찬 빠른 발이 아니라,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간을 지배하는 넓은 눈을 가진 자에게 돌아간다.
Editor's Note
윌라 퍼거슨이 수직으로 꺾인 도로를 질주할 때 느꼈던 전율을 기억한다. 우리는 늘 인생이 계획대로 쭉 뻗은 직선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늘 예측 불가능한 굴곡의 연속이다. 특히 혐오와 차별이라는 장벽을 만났을 때,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하지만 윌라처럼 생각해 보자. 내 앞에 놓인 길이 갑자기 낭떠러지처럼 꺾이더라도, 그것은 추락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일 수 있다. 혐오가 직선으로 달려들 때, 우리는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그들을 따돌리면 그만이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