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베이(The Bay)> 시즌1
완벽하지 않아서 더 숨 막히는 '관계의 스릴러'
"파도가 물러간 자리, 가장 적나라한 진실이 드러난다."
영국 모컴 베이(Morecambe Bay)의 바다는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조수처럼, 평온해 보이는 일상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잠식될 수 있다. <더 베이> 시즌 1은 실종 사건을 다루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가장 현실적인 중년 여성의 위기일지'로 읽었다.
1. 형사가 아닌, 가족 연락 담당관의 시선
수많은 수사물을 봤지만 'FLO(Family Liaison Officer)'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신선하다. 주인공 리사 암스트롱 경사는 범인을 쫓기 위해 뛰어다니기보다, 피해자 가족의 곁에 머문다. 수사가 '이성'의 영역이라면, FLO의 업무는 철저한 '감정'의 영역이다. 가족들의 가장 내밀한 치부를 들여다봐야 하고, 그들의 슬픔을 받아내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 이중적인 위치가 주는 긴장감이 총격전보다 더 팽팽하다.
2. '민폐'가 아닌 '현실', 결점 있는 히로인
리사는 완벽한 형사가 아니다. 오히려 첫 화부터 치명적인 직업적 윤리를 위반한다. 그녀는 사건 당일 밤, 용의자가 될 수도 있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고 증거를 인멸했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그녀를 '비호감'으로 그렸겠지만, 이 드라마는 그녀를 '방어하는 인간'으로 그린다. 그녀의 거짓말은 악의가 아니라, 무너져가는 자신의 커리어와 가정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비난하는 대신, 그녀의 비밀이 들킬까 봐 함께 가슴을 졸이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서, 지질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된다.
3. 남의 아이는 찾아도, 내 아이는 모른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리사는 실종된 남의 집 아이들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정작 집에 있는 자신의 딸과 아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까맣게 모른다. 전문가로서의 유능함과 부모로서의 무능함. 이 간극은 일하는 엄마(워킹맘)라면 누구나 느끼는 서늘한 공포다. 사건은 해결될지 몰라도, 한 번 어긋난 가족 관계는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다가온다.
Editor's Note
나의 드라마가 지향하는 '리얼리즘'은 이런 것이 아닐까. 멋진 영웅이 사건을 해결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 <더 베이>의 리사 암스트롱은 내가 그리고 싶은 '전문직 여성 캐릭터'의 입체적인 표본이다. 그녀는 유능하지만 비겁하고, 강인하지만 위태롭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