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안의 인간

우주 안의 인간 혹은 인간 안의 우주

by 훌륭한어른이
단지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생물에게 7,000만 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것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하루 종이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지는 것이다 - 코스모스 (칼 세이건) -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 사람들은 노인에게 장수가 대단하다며 존경의 말을 건넨다.

평균 수명보다 20-30년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들.

"빨리 죽어야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자식들에게 폐 끼치는 거지. 그러니까 어서 세상 떠야지."

라며 노인들은 그들 세계에서의 예의(?) 갖춘 말들을 하지만, 저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당장 죽고 싶지 않은 순도 높은 의지의 아지랑이가 사라지지 않고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구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 얼마나 귀여운 집착인가?


몇 십억 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 입장에서 보통 인간보다 겨우 몇 십 년 더 생존한 인물에 놀라고, 더 살기 위해 아둥바둥 노력하는 인간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다른 생물들은 각자 주어진 수명대로 사는 걸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는데, 왜 유독 인간 너희들만 어찌... 참 가엾다. 그거 조금 더 산다고 죽어서 이득일까?'

지구 입장에서 충분히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겠다. 아니, 어쩌면 너무 사소한 이슈라 신경조차 쓰지 않을 수 있다. 이건 마치 인간이 생의 의지가 강한 돌연변이 하루살이가 다른 동료보다 몇 시간 더 살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을 목격한 상황이랄까.


한 인간으로서 허무하다. 몇 십억 년 역사의 지구에 살고 있는 나. 마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전부인 것마냥 매순간 착각하고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지구, 그 너머 그 지구를 감싸고 있는 광활한 우주. 그 헤아릴 수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내 삶의 의미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지구에서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우주의 시간 속에 인간은 결국 그저 밤하늘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 티끌 보다 더 작은 먼지일 뿐이다.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하고 어두운 배경 속 작은 지구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인간들. 우리는 우주의 찰나 같은 순간들의 기어코 왜 살아내고 있는가.


부질 없다. 인생은 결국 순간이다. 의미 없다.


나를 감싸는 지구와 우주의 존재에 깊게 빠진다면 삶의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난 태어나고 말았다. 아직 죽지 않고 살고 있다. 이왕 살고 있는 거 죽고 싶지는 않다. 계속 살기로 했기에. 거대한 우주가 어느 미지의 세계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를 감싸는 우주의 신비는 인간이라는 미물로서 절대 알 수도, 감당할 수도 없다. 이건 포기가 아닌 인정이다.


그래서 나는 우주를 품기로 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고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우주다. 나의 신체 밖에서 무한한 시간을 탐험 중인 지구와 우주는 잘 모르겠지만 내 안의 우주는 알 수 있다. 이 우주는 나의 탄생과 함께 생성됐고, 나의 죽음과 함께 소멸할 것이다. 이 우주의 주인공은 나다.


나는 내 안의 우주가 그 어떤 우주보다 따뜻했으면 한다. 향기로웠으면 좋겠다. 아늑했으면 한다. 은은하게 빛나는 은하수가 다른 우주의 좋은 풍경이 되었으면 한다.


우주가 버거울 것도 같다. 스스로 알아서 운행하지 않고 나에게 종속되어 운행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습은 곧 내 인생이다. 그런 우주를 잘 살피고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도 기쁨이 될 것이다. 그 기쁨은 내 삶의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우주를 품고 있다. 우주는 여러분과 똑 닮은 모습으로 품 속의 품을 품는다. 그 품이 차가울 수도 따뜻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따뜻했으면 한다. 소멸하는 그 날까지 여러분의 우주 탐험이 의미있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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