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젊음, 붙잡고 싶은 젊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두는 것이라고 - 천선란(나인) -
매일 하루만치 젊음과 멀어진다. 매일 밤 알아채질 못할 만큼 조금씩. 하지만 이따금 뒤돌아보았을 때, 저만치 도망가버린 젊음. 젊음과 이별한다. 젊음이 충만했을 적엔 풍성한 모발에서 머리카락 한 두개가 빠져도 모를만큼 시시했다. 당연히 나에게 있어야하고, 머무를 기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큼 길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젊음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너무도 빠르게 내 곁을 떠날거라는 걸.
누군가를 잃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젊음의 상실이지 않을까. 사람은 대게 없었던 걸 갖게 되었을 때 감사함을 느끼지만, 이미 갖고 있던 걸 잃게 되었을 때 억울함을 느낀다. 내가 잘 살고, 훌륭해서 얻어낸 청춘이 아니다. 하지만 도로 반납해야 할 때, 그렇게 속상할 수 없다.
나는 동안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준다. 나이에 비해 어리게 보여지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고,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과 집착은 당연히 그러해야함을 제쳐둔다. 어머니가 발견한 새치 몇 가닥. 선이 길이지는 눈가 주름. 예전만큼 식욕을 받아주지 못하는 소화기관. 그만하면 됐다고 조용히 만족하는 점잖은 어른은 어딘가로 물러나고, 조급하고, 성숙치 못한 철부지만 남아버렸다. 내가 설마 그럴 줄 몰랐지만 아쉬움일지 집착일지 모르는 덜 익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성형 시술을 하나보다. 언젠가, 곧, 노화라는 파도에 시술로 잠시 돌려놓은 껍데기 젊음이 휩쓸릴지라도, 찰나라도 되돌려 잠시 붙잡아두고 싶은 사람의 마음.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됐다. 돈으로 잠시 되돌린 젊음이 진짜 내 모습인 것 마냥 최면에 빠지고 싶은 인간. 인간은 그렇게 언젠가 다시 되돌아갈 현재의 노화를 잊어버린 채 가짜 젊음의 부스러기를 꽉 움켜쥔다. 안타깝게도 가만히 머물러 있기에 부스러기는 너무도 가볍고 작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젊음이 사라진다. 알고 있지만 서운하다. 아는 것과 마음은 다르다. 점점 젊음이 도망가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그 속도만큼 내가 지혜로웠으면 한다. 죽기살기로 젊음을 쫓아 넘어지고 실망하기보다 그냥 그 상황을 의연하게 관찰하고 싶다.
"아. 나는 지금 늙고 있구나. 그렇게 됐구나. 이미 꽤 늙었구나. 하긴 그럴 나이가 됐지."
아주 건조하고, 당연하다는듯이.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 같은 마음이 아닌, 단단하고 견고한 대리석 같은 마음으로 나의 멋진 늙음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