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어가는 삶

삶도 기술이다. 최고의 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by 훌륭한어른이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전통 방식의 고기잡이 안쪼 (박노해) -


나는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좋아했다. 드라마를 좋아하게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해피엔딩이었다. 요즘 드라마는 뻔하지 않은 결말의 형태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예전 드라마는 대게 행복한 결말로 종영 되었다. 마지막 회가 끝나면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상상했다. 주인공의 완벽한 미래를. 털끝만큼의 불행과 절망이 없는 그들의 날들을. 아마 그런 상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드라마는 인생과 같다 하지만 그건 중반부 전개에서만 해당된다 생각한다. 갈등과 오해, 역경이 주를 이루는 전개에서만 말이다. 해.피.엔.딩. 해피엔딩의 결말은 결코 우리 인생과 닮을 수 없다. 살면 살수록 그러하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좋게 마무리되나 싶으면 또 다른 새드라마가 방영되어 또 다시 방황하고, 짜증내고, 분노하고, 좌절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속에서 열심히 연기하고 그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낀다. 우리가 드라마의 연기자로만 남는다면 불안의 연속일 것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드라마 줄거리를 걱정하며 안절부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드라마의 감독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큰 줄기의 에피소드는 뒤집기 힘들겠지만, 훌륭한 연출로 드라마의 분위기와 작품성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고시텔에 살았다. 좁은 공간에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났다. 2대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고 이웃주민(?)과 소리 없는 눈치 전쟁을 치렀다. 방 안 큰 공간을 차지했던 침대는 자는 곳이자, 식탁의자이자, 다리미 판이 되었다. 닭장 같은 곳에 살았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신세를 한탄하며 무너지지 않았다.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꿈을 꾸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환경이니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했다. 추가 공과금이 없었고, 비교적 저렴한 월세 덕분에 돈을 잘 모을 수 있었다. 마침내 청년민간임대주택에 담청 되었고,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꽤 많은 보증금을 해결했다. 지금 사는 곳은 고시텔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넓다. 주인공은 마침내 거주 환경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직장인이 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왔다. 차곡차곡 쌓이는 돈. 나는 그 차곡차곡이 싫었다. 팍팍이었으면 했다. 언제 이 월급 블록을 쌓아 서울 아파트와 자동차를 완성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조급해졌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유투브는 얄미울만큼 예리하게 주식 추천 알고리즘으로 나의 정신을 쏙 빼앗았다. 주변인들의 주식 종목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답지 않게 별다른 고민 없이 충동적인 욕망이 나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초반에는 수익이 났다. 그 수익의 2배, 3배, 4배,.. 10배의 상상 시나리오가 도파민을 자극했다. 도파민은 통장에 잠들어있던 돈을 깨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운 돈들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허무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많은 돈이 나를 떠났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추락의 주인공이 된 '나'. 신세를 한탄하며 술을 마시거나 세상을 혐오하지 않았다. 빚내 가며 투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았다. 이후에 주식시장에서 도망치지 않은 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후 다시 참여했다.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적어도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무식하지만 믿음은 강했던 주린이 주인공이 그래도 정신차리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이들이 각자의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방영기간, 줄거리, 등장인물 등 모든 요소가 각자 다르다. 한 드라마를 끝내면 쉴틈 없이 또 다른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주인공만 할 것인가? 감독도 할 것인가?

주인공만 한다하면 그때마다 이름도, 정체도 모르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감독을 겸한다면 주체적으로 인생 드라마의 방향을 나의 의지와, 결정으로 연출할 수 있다. 깨달음, 행복, 즐거움의 에피소드를 추가할 수 있다.


삶도 기술이다. 기술이 뛰어난 감독이 되어야 한다. 뛰어난 감독은 훌륭한 드라마를 제작한다. 훌륭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감독이다. 하지만 인생의 경력을 쌓으며 노련하고, 지혜로운 배테랑 감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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