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

어린 아이가 되어 봤으면

by 훌륭한어른이
어린 아이들은 걸어갈 때도 몸이 리듬을 타고 출렁거린다. 몸속에서 기쁨이 솟구쳐서 아이들은 오른쪽으로 뛰고 왼쪽으로 뛴다. 아이들의 몸속에서 새롭게 빚어지는 시간이 아이들의 몸에 리듬을 심어 준다. - 김훈 (허송세월) -


어린 아이를 보면 가끔 울컥한다.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내 가슴을 울린다. 의도하지 않아 의심할 필요 없이 흔들리는 마음의 파도를 관찰할 수 있다.


마음껏 울고, 웃고, 뛰고, 싸는 이 세상 까마득한 인생 후배들. 분명 내가 그들보다 똑똑하고, 돈도 많고, 지혜롭지만 후배들을 보면 1%의 우월감도 느낄 수 없다. 앞뒤 생각 없이 뻗어가는 본능과 그러할 수 있는 세상의 암묵적 허용을 받아낸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도 툭하면 울고 싶다. 마음껏 웃고 싶다. 생각 없이 뛰고 싶다. 화장실 가리지 않고 배설하고 싶다.


어린 아이가 생성한 울컥함은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린시절의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질투도 조금 섞여 있겠다. 그런 질투를 느끼는 스스로의 못남을 발견한 바람에 생겨버린 안쓰러움도 있겠다. 세상 사느라 열심히 연기하고 있지만 이 마음 깊숙한 곳에 아직 자리지 않은 아이가 꽁꽁 갇혀있다.


글을 쓰다 보니 이리저리 붙이는 성가신 장신구가 참 많다. 글이 길어질 수록 진심과 멀어지고 같잖은 허영만 늘어 놓게 된다. 내 글이 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나 보다.


이번 글이라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써보기로 한다. 시작!


지금은 밤이다. 밤이어서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가 서운하겠다. 그러면 아빠도 보고 싶다. 엄마는 무얼하고 있을까? 아빠는 무얼하고 있을까? 엄마 아빠가 늙었다. 싫다. 엄마 아빠가 젊었으면 좋겠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 아빠 더 늙지마. 속상해. 이러다가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 되지 마. 미안해. 이런 말 들으면 속상하지? 속상하지 않게 해줄게. 엄마 아빠가 듣지 않게 해줄게. 나만 말하고 나만 들을게.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에 무언가 있다. 알이 있다. 그 알을 품고만 있다. 이 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알은 탄생이다. 알은 죽음이다. 알에서 나오면 탄생이다. 알이 썩으면 죽음이다. 내 꿈이다. 근데 그 꿈은 대체 뭘까? 썩기 전에 탄생시키고 싶다. 그럼 뭔지 알아야지. 일단은 품고만 있다. 꿈이 썩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럼 그 꿈이 뭔지 찾아야 해. 아직도 모르겠다. 차라리 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미 생겨버렸다. 알의 정체를 알지 못하겠다. 그래서 답답하다.


배가 부르다.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내일 나는 배가 고플 것이다. 뭐라도 먹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다. 신기하다. 가끔은 귀찮다.


끝.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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