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제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지 뻔히 알면서도 서스럼 없이 그의 존재를 밝혔다.
거짓말 같지는 않다.
만날 때마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자랑한다.
받은 선물도 뽐낸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가 몸 속에 기어다니는 벌레 같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거슬리는, 마치 벌레 같은 존재랄까?
아무렴 괜찮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니 그럭저럭 참을만하다.
없는 셈 치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제인을 아예 보지 않는 것 보다는 훨 낫다.
이걸 호구의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어떡하지?
혼란스럽다.
재빨리 앞서 가는 마음의 뒷덜미를 겨우 잡아 당긴다.
제인은 내 여자가 될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남자친구도 있다.
그래서 그애를 지금보다 더 좋아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런데...
제인의 끈적거리던 체액이 바싹 말라 내 입술에 찰싹 붙어있다.
나쁜 계집애!
대체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날도 어김없이 제인에게 밥을 사주었다.
제인은 밥 먹을 때 도통 말이 없는 편이다.
묵묵히 국밥 그릇에 얼굴을 묻고 국물을 해치웠다.
그날도 디저트는 제인의 담배연기였다.
돼지 잔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인의 숨결을 거친 연기가 콧속을 가득 채웠다.
그날따라 담배연기가 알싸했다.
너무 추워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고, 제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너 되게 귀엽게 생겼구나?"
"내가? 글쎄..."
"너 키스란 건 해봤냐?"
"그건, 왜?"
"못해봤을 것 같아서."
제인의 추측이 맞았다.
내 입술은 오랫동안 꽁꽁 봉인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