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x

첫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난생처음 고백이란 걸 했다.

너무 긴장해서 곱창 같은 창자가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짝사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속이 메스꺼우리만큼 심장을 절게 한 여자는 그 애가 처음이었다.


고백이 쉽게 성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적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은가?

기적이 있기에 기적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널 아주 많이 좋아해. 나랑 사귀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스쳤다.

얼큰한 따귀가 차가운 얼굴을 녹였다.


"미쳤냐?"


고백은 기적 없이 실패했다.




그 애를 처음 만난 곳은 집 앞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문을 열자 경쾌한 종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꼬북칩 하나를 골라 계산대로 갔다.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계세요?"


날카로운 종소리가 들렸다.

조그만 여자가 은은한 담배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카드 꽂으세요."

"네."


담배 냄새가 콧속 깊숙이 들어왔다.


그 애의 첫인상은 담배 냄새였다.




다음날 다시 그 편의점으로 갔다.

그냥 가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편의점에 가까워질수록 그 애의 냄새가 선명해졌다.

애는 쪼그려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얇은 담배가 가느다란 손가락과 잘 어울렸다.


난 담배 피우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애는 이상하게 괜찮았다.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담배연기 같아 궁금했다.

그 애 몸에서 새어나오는 담배 냄새를 가까이 맡고 싶었다.

어쩌면 매일 그 애가 있는 편의점에 들러야 할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뭘 고를지 고민했다.

딱히 사고 싶은 건 없었다.

1,000원짜리 초코우유를 골랐다.

1,000원에 곱하기 30일은 3만 원.

그 정도면 가벼운 주머니가 매일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그 애를 생각했다.


어깨 죽지까지 내려온 새까만 머리.

머리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새까만 눈동자.

160cm 초반 정도의 아담한 키.

하얀 달걀에 정성스레 오려 붙여 놓은 듯한 눈, 코, 입.

앙증맞게 담배를 문 작은 입술.

뿌연 담배 연기가 살짝 드리운 신비로운 실루엣.


그 애를 상상하며 늦은 밤 홀로 몸앓이를 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