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x

두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한 달 동안, 그 애가 일하는 편의점에 들러 매일이고 초코우유를 샀다.

그 애가 없는 주말에는 1,000원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애와의 만남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초코우유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했다.


"초코우유 다 나갔어요."


투박한 말투.

담배 피우는 사람치고 목소리가 맑았다.


"들어오면 알려줄게요. 여기 번호 적어두고 가시죠."

"감사합니다."


무슨 정신으로 번호를 적었는지 모르겠다.

당황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접니다. 편의점."

"어... 안녕하세요... 초코우유가 들어왔나요?"

"네, 방금 전에요. 일단 밥 좀 사주시죠."

"네?"

"밥 사달라고요. 거의 매일 보는 사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그 애는 진짜 밥만 사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밥만 여러 번 사주었다.

누군가 나보고 호구라 해도 괜찮았다.

그렇게라도 그 애를 보는 게 어딘가 싶었다.


밥을 먹고 나오면 그 애는 식후땡을 즐겼다.

나는 담배 연기가 불쾌하지 않은 척 옆에서 담배 놀이를 지켜주었다.




"혹시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알 필요 없고. 그냥 제인이라고 불러. 내 영어 이름."

"왜... 반말을..."

"너 20대지?"

"네..."

"나도 20대거든. 같은 20대면 친구지. 너도 말 놔."

"그래..."


제인의 진짜 이름, 나이, 사는 곳.

제인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쓴 밥값을 생각하면 성과는 처참했다.




제인을 만난 날이면 늦은 저녁마다 몸앓이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 고백 사달을 내버린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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