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 x

열일곱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어린이대공원을 걷는다.

날씨가 제법 덥다.

이질적인 DNA로 구성된 타인의 손을 잡고 있는건 힘이 드는 행위다.

살을 비집고 나온 땀이 두 손에 갇혀 악취를 풍길 생각을 하니 찝찝하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전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하라고 배웠다.

난 배운 건 잘 실천하는 꽤 괜찮은 남자친구다.


"어우, 날씨가 갑자지 더워졌어. 오빠, 안 더워?"

"덥지."

"그럼 손 놓을까?"

"그래."


더러운 걸 뿌리치듯 손을 잽싸게 놓았다.

아차 싶었다.

본심이 행동으로 너무 빨리 튀어나왔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살핀다.

예상 그대로다.

실망한 표정, 어이없는 표정.

형태 없는 그녀의 가시가 땀이 증발한 손바닥을 예리하게 쑤신다.


다시 손을 잡는다.

그녀가 손을 뿌리친다.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덕분에 손바닥이 뽀송해졌다.




여자라는 동물은 참 어렵기도 하지만 쉽기도 하다.

사랑을 표현해 주니 좋다고 웃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앞에서 활짝 웃는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하얀 꽃이 활짝 핀 나무 아래 그녀가 서있다.

입술을 쭉 내밀고, 허공을 가리킨다.

볼에 바람을 넣고, 억지로 웃는다.

기괴하다.

나는 그 형상을 핸드폰 카메라에 실물보다 괜찮게 담아야 한다.

그게 임무다.


핸드폰 화면 속

파란 하늘, 나무, 잔디, 가운데에 우뚝 선 그녀.

그리고...


기이한 현상을 맞이했다.

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난다.

사방으로 흩어진 조각이 얼굴을 가격한다.

잘게 부서지길 바랐지만 제일 큰 조각이 문제였다

무언가의 형태가 잔존했다.


제인.

제인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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