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제인!
제인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희미하면서 선명한 스케치였다.
이상하게 반가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애타게 찾고 있던 뮤즈를 만난 것처럼.
스케치에 색을 입히려 한다.
지금 아니면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무작정 제인 쪽으로 걸어간다.
뒤에서 큰소리가 들린다.
여자친구의 것일 것이다.
자기 혼자 두고 갑자기 어디 가냐는 외침일 것이다.
웅얼웅얼, 한 덩어리의 소리가 뒤통수를 때리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90%.
마음이 병들었던 제인.
그런 그 애를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다.
그 애가 혹시 와장창 무너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다.
까만 눈동자 너머 뿌리째 흔들리는 제인의 고통을 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제인의 마지막 뿌리 한 가닥을 잡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 힘이 너무 컸던 나머지 제인이 파멸해버리고 말았다면 그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아쉽다.'
10%.
나라는 존재가 제인에게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단 말인가.
자멸할 만큼은 아니었단 말인가.
누군가의 삶에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제인을 장악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제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밑그림에 점점 색이 채워진다.
그때와 색이 조금 다르다.
꽤 흐릿해졌다.
많이 어두워졌다.
명암이 짙어졌다.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잘 지내고 있지 않구나.'
10% 아쉬움이 약간 달래졌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추가로 그림을 그려야 했다.
1명의 인물에게 집중하느라 그 옆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