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 x

열여섯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담배 생각하고 있어."

"담배? 오빠 담배 안 피우잖아."

"그냥 그런 날이 있어."

"유치하게 애들처럼 괜히 남자다워 보이고 싶어 그러는 거지?"

"그건 아니고..."

"별 이유가 없다면, 존x 미친놈이네!"


미친놈.

나는 그 말이 왜 이리 듣기 좋을까.

잘 얘기하다 이런 귀엽고 험한 말을 할 때면 살점 한 덩어리가 이완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여자를 좋아한다.

여자친구 자체를 좋아하는 건지 일부 까끌함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게 뭐 중요한가.

좋아하는 구석이 있다는건 중요하다.


두꺼운 이불을 덮는다.

이불에 쩐 담배냄새가 낫으면 좋겠다.

일부러 묻힌 냄새가 아니라 자연스레 은은하게 베인 냄새였으면 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창문을 연다.


제기랄.

아래층 이웃이 흡연을 멈췄나 보다.

위로 올라오는 담배 연기가 더이상 없다.

조금만 흡연을 해도 펄쩍뛰는 세상이라 도둑질 흡연은 귀중한데 참 아쉽다.


다시 이불속에 몸을 쑤셔 넣는다.

부들부들 떤다.

아까 깨문 얼음이 너무 단단했나 보다.

아직 이가 조금 시리다.

그 약간의 신경쓰임을 잊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홀로 격렬하게 상상하고 뱉어내어 몸앓이를 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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