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x

열다섯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그 후로 동일한 계절이 10번을 돌고 돌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덤덤하고 부드럽게 흘러갔다.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 준비를 했다. 운 좋게 졸업 전 취업을 했다.

첫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아 반년 다니다가 그만둬버렸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지금 회사에서 한 달 살만큼의 월급을 받으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가끔 아주 가끔 첫 회사를 떠나버린 후회를 한다.




나는 제인의 친구도, 썸도, 남자친구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제인과 나의 인연은 이렇게 설명하면 어떨까 싶다.


어쩌다 한 번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 보다 기어코 조금은 더 알게 된 사이.

하지만 그 이상 알아보기를 거부한 사이.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얄궂은 의지로 그런 형태의 사이를 만들었다.


아쉬우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밤이 깊다.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일부러 창문을 연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뱉어낸 담배 연기를 담뿍 마셔버린다.


제인을 애써 떠올린다.


그애는 예뻤다.

그리고 아팠다.

예쁜 여자가 아팠다.

나는 그게 좋았고 그만큼 짜증이 났다.


물은 흐른다.

자유롭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물이 차가워지면 얼음이 된다.

얼음은 손에 잡힌다.

하지만 자유롭지 않다.

얼음을 맨손으로 잡으면 매우 따갑다.


잡힌 얼음보다 흐르는 물의 방향으로 마음이 기운다.


냉동실에서 얼음 하나를 꺼낸다.

어금니로 바싹 깨문다.

이가 시리다.

조각 난 얼음이 금세 입속에 녹아 흐른다.

꿀꺽 삼킨다.


그래 맞다.

얼음은 결국 물이었다.


제인이 불현듯 떠오른다.




"오빠, 지금 뭐 해?"

여자에게 전화가 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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