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용광로에 들어가 빨갛게 녹여진 쇳물이 금세 식어 딱딱해지고 차가워졌다.
그리고 승리감이라는 트로피가 만들어졌다.
제인의 연락을 피했다.
수차례 전화가 오고 카톡이 왔지만 답하지 않았다.
쌓이는 미수신 전화와 카톡을 보는 게 은근 재미졌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때도 제인은 맞으며 지내는 것 같았다.
얼룩진 멍도 그렇고 선명도가 떨어져 탁해진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파르르르 잠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동정심을 발산하며 의존하려는 눈빛.
남자친구에게 받은 상처일까.
아닐 수도.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지금 그게 뭐 큰 대수일까?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근데 글쎄, 그 매력적인 상처가...
그 애가 고백하는 순간...
하얀 밴드 같을 걸로 싹 가려졌다.
밴드가 떨어져 나간 후 분명 까만 떼 같은 접착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끈적임은 생각만 해도 거추장스럽다.
이런 내 생각이 제인을 힘들게 하려나?
음, 그건 잘 모르겠다.
말하지 않으면 제인이 내 생각을 알리가 없다.
제인을 꿈꾸고, 좋아했던 그 순간들은 진심이었으려나.
진심이었을지도.
동정이었을지도.
복수이었을지도.
승부이었을지도.
헛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상냥한 미친놈이 있다니.
그게 바로 '나'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