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공기가 바뀌었다.
내게만 맴돌던 거센 소용돌이가 점차 제인 곁을 기웃대는 듯싶었다.
단 한 번도 내 감각이 탁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확신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느꼈다.
너답지 않게 고맙다는 말을 왜 했는지 묻지 않았다.
왠지 고마움을 봉인하여 마음에 묻어두어야 할 것만 같았다.
여행할 때보다 여행 가기 전 순간이 더 설렌다.
쉬는 날보다 그전 날이 더 행복하다.
제인의 고마움은 그런 것이었다.
제인의 눈동자에 하얀 담배 연기가 담긴다.
금세 연기가 퍼져 제인의 눈동자를 삼킨다.
눈동자에는 내가 함께하지 못하는 그 애의 감정이 있다.
연기는 눈동자 너머의 제인의 감정을 감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는 그 존재가 보이고, 기억한다.
"너는 내가 왜 좋아?"
"내가 왜 너를 아직도 좋아하냐? 아니거든..."
새빨간 거짓말이다.
새빨개진 얼굴이 거짓의 노력을 방해한다.
제인이 뚫어질 듯 나를 바라본다.
강한 레이저가 오른쪽 얼굴을 지진다.
그 통증을 이길 수 없다.
내가 졌다.
고개를 돌려 제인과 눈을 마주한다.
'예쁘잖아.'
입으로 전하지 못한 대답을 마음속으로 삼킨다.
나를 보며 제인이 웃는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웃음 뒤에 슬픔이 있다.
나는 차마 그 슬픔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
슬픔을 물어보는 순간 나는 베팅을 하게 된다.
그 애와 더욱 가까워지거나, 더욱 멀어지거나.
그 애와 멀이지는 게 싫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제인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진짜 이름, 사는 곳, 가족, 나이, 남자친구...
물꼬를 트지 못한 제인의 비밀 주머니가 가득해 무겁다.
어쩌면 그 무게는 제인이 홀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제인과 키스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는 키스는 무슨 맛일까?
제인의 얼굴이 점점 다가온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내 예상이 틀렸다.
입술의 감각은 그대로였다.
대신 오른쪽 가슴 쿵!
어두운 얼굴이 쿵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