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x

열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결국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제인의 전화 한 통에 정답을 알 수 없는 정답을 찾았다.


한 달 만이었다.

제인의 목소리.


"야! 뭐 하냐?"


뭐 하냐고?

어이가 없었다.

평소 자주 만나는 친구가 심심해서 전화 한 번 해본 목소리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런데 우리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제인의 목소리에 그날의 분노와 서운함이 곱게 갈려 날아갔다.


그렇다. 결국 나는 호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됐다.


그래도 애써 퉁명스러운 연기는 했다.


"그냥 있어."

"그냥 있으면 나와. 나 배고파."


핸드폰을 열어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액이 꽤 있어 만족스러웠다.

제인 밥값을 내느라 열심히 알바를 했다.

그날 이후로, 제인을 만나지 않아 딱히 돈 쓸 데가 없었다.

덕분에, 제인 덕분에, 돈이 모였다.




드디어 제인을 만났다.

제인이 자몽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앙증맞게 당돌했다.


실제 자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몽맛, 자몽향의 어떤 것들을 먹어봤다.

그래서 자몽맛을 알지만 실제로 안다고 하기 어렵다.

제인의 귓불 뒤에서 자몽향이 올라오는 듯싶었다.


우리 사이에 그날은 없었던 듯했다.

그래서 퍽 당혹스러웠다.

마음 준비를 꽤나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제인은 전과 같이 나를 놀리고 막 대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애 앞에 막 굴렀다.


"뭐 먹고 싶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꼴에 돈 좀 모았나 보다?"

"너 안 만나는 동안 돈이 굳어서."

"그럼 굳은 돈 맘껏 부숴버려야겠다."


소고기 집에 들어갔다.

저런...

숨간 움찔했다.

돈이 굳었을 뿐이지 불어난 건 아닌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친구 녀석 따라 sk하이닉스에 투자 좀 해둘 걸.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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