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만에 여름과 가을을 오간 도쿄
도쿄의 날씨는 단 하루만에 여름에서 가을로 변신했다.
사슴군과 작별인사를 하고 단 하루만에 무더웠던 여름에서 춥고 쌀쌀한 가을을 맞이했다.
생각치도 못하게 확 바뀐 날씨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오들오들 떨면서 후지산을 보기 위한 투어에 나섰다.
그 친구를 보내고 다음날에 정신없이 그룹투어를 신청하길 잘했다.
혼자 돌아다녔으면 더더욱 싱숭생숭했을 텐데, 그럼에도 여러 사람들과 다함께 하루를 보내서 잡생각이 줄어드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마냥 신나진 않았다. 돌아갈 날도 얼마 안남았고, 돌아가면 닥칠 내 현실에 꽤나 무거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해서 이어갔다.
가을비가 내리고, 으슬으슬한 기운.
감기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리고 결국 감기에 걸린 채 한국에서도 며칠을 고생중이다.
일본의 소도시들은.. 참 조용하고 그들만의 스타일을 계속 고수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이 특유의 느낌을 한국인들은 참 좋아하지.
일본 여행을 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슬프게도 그 많은 그룹투어 멤버 중 개인 멤버는 오직 나였다.
하지만 투어가이드분이 그런 나를 잘 챙겨주셨다.
그녀는 내 또래로 보이거나, 분명 나보다 어린 친구였는데 포토그래퍼 일을 하면서 투어가이드 일까지 하는 멋진 여성이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마스터한 그녀. 앞으로 어디서든 하는 일 잘 풀리시길 바란다.
그룹투어를 마친 후 자시 신주쿠 길거리에 돌아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기분 좋아서 방 방 뛰어다니던 나를 보곤 사슴군이 당황했는데...
어글리 코리안의 결정체를 보여준 날. 너무 미안해서 택시비는 내가 냈다...
이 날은 그런 지난날의 추억을 아쉬워하며, 혼술을 즐겼다.
꽤나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 거리던 신주쿠 뒷골목. 가격대는 그야말로 사악했지만.. 관광객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즐겼다.
그 다음날에는 그래도 꽤나 자주 연락하고 지낸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역시 내년부터 인턴쉽을 예정에 두고 있어서, 꽤나 설레하기도, 긴장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잘 알고, 집중하는 친구인 것을 알기에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나와 참 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 좋아하게 된 여자친구로 마음 고생을 꽤나 하는 듯 하는데... 괜스레 그 낮은 자신감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내가볼 때는 이 친구도 충분히 멋진 사람인데....) 많은 응원을 날려주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에는 날씨 때문에 미쳐 가보지 못한 메이지 신궁을 구경하고,
나름 값이 나가는 비싼 초밥집에 가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혼자 초밥 먹는다고 4만원 가량의 돈을 쓴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예정이다.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놀고, 먹고, 마신 나의 도쿄여행.
언젠가 이 사진들과 감정들도 다시금 꺼내 보고, 꺼내 읽는 일기장이 되겠지.
여행을 가기 전, 많이 고민했다.
괜히 가서 사슴군을 만나서 오히려 내 좋았던 캐나다에서의 기억들을 망쳐버리면 어떡하지,
아니면 더 좋아져서 내가 더 마음고생 하면 어떡하지 등등.
뭐든지간에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고, 무서워 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그곳에 그를 보러 단 한번이라도 가지 않았다면 먼 훗날의 내가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할만큼 했기에 언젠가는 또 웃어 넘길 수 있는 내 도쿄여행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