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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Mar 10. 2023

일석삼조 독서 이야기

영어와 한글 통서를 통합할 때

                                           한글 독서 실력은 영어 독서 실력이 된다


선경이는 책을 잘 읽는 아이였다. 엄마는 선경이가 학원 다니길 너무나 싫어하니 걱정이었다. 고등 내신을 잘보려면 국어도 영어도 학원을 다녀야 할텐데 아이는 가기 싫다고 했다. 학원 가는 문제로 딸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선경이는 예민해져서 가족들과 사소한 일에도 신경전을 벌였다. 영어 학원 가는 일을 특히 싫어했다. 5학년이 된 어느 날 선경이가 우리 학원에 왔다. 엄마와 내가 상담을 하는 사이, 한글 책읽기를 좋아하던 선경이는 경계심 없이 독서실로 들어갔다. 영어책이 많은 것을 보더니 맘에 드는 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선경이 처럼 독서를 잘하는 아이는 전략을 잘 짜면 입시가 더 쉬울 수도 있다. 국어는 책을 잘 읽으면 조금만 공부해도 잘할 수가 있다. 다들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독서만 많이 했다고 점수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시험 유형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출문제를 통해 감을 잡고, 과목 선생님의 시험에 대한 방향도 잘 들어야 한다. 사회도 결국 독서력이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문과 아이의 사탐도 같은 노력으로 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다. 선경이의 영어는 독서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미 아이가 좋아하는 한글책의 궤적을 따라 영어로 권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선경이의 수학에 더 중점을 두면 좋겠다는 상담을 했다.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수학이 대학의 높낮이를 결정한다. 


부모가 힘겨워하는 일중 하나가 아이의 학원 선택이다. 간혹 어느 학원이 좋냐고 뜬금없이 물으시면, 답변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나 좋은 학원은 없다. 내 아이의 상황에 딱 맞아야 좋은 학원이다. 아이의 학습 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수준에 맞아야 하고, 학원 선생님과 아이가 편안하게 어울리면 더욱 좋다. 수학 학원은 크게 두 부류다. 문제를 많이 풀어봄으로써 개념을 파악하게 하는 학원과, 원리와 개념에 치중하면서 적은 문제를 푸는 학원이다. 독서를 하면서 주로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던 선경이에게 전자와 같이 문제를 많이 푸는 학원은 비추다. 소위 '양치기'를 하는 학원이 아니어야 수학의 재미를 붙일 수 있다. 평소 개념과 사고력을 위주로 하면서 아이들마다 다른 상황을 꼼꼼하게 챙긴다는 작은 학원이 있었다. 선경이와 잘 맞을 것 같아 추천했다. 그후 선경이는 그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중고등 수학은 최상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문제를 많이 푸는 학원으로 갔다면 비슷한 문제를 너무나 많이 푸느라 수학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선경아, 영어는 그냥 쉽고 재밌는 과목이야. 선경이가 우리말 독서를 잘한다니 영어도 독서로 잘하게 될거야. 독서하는 동안 숙제도 없고, 단어도 따로 암기하지 않을 거야. 우리말 잘하는데 매일 한글 단어를 찾아보는 건 아니듯이 말이야. 문법 공부도 아직은 안해도 돼.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한글 단어를 암기하고 문법책을 풀으라고 하면 우리말을 잘하게 될까? 영어는 네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책을 꾸준히 많이 읽으면 높은 수준에 다다르게 돼. 그리고 시험에 앞서서 시험 기출 유형을 신경쓰면서 준비를 잘하면 지금보다 쉽게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지. 이 세상에 선경이가 재밌어 할 책은 무궁무진하니까 읽기 싫고 재미없는 책이다 싶으면 그냥 덮어. 다른 재밌는 책으로 추천해 줄게. 여기 올 때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만 가져와."


한글 책읽기가 잘 된 아이들에게 영어책 읽기는 더 쉽다. 한글 위에 영어를 덮어쓰기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한글책의 장르를 물어서 영어도 그 장르부터 권유하는 것이다. 굳이 아이의 독서 취향을 벗어나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 스스로 재밌을 거라 예상한 책을 골라서 읽으면 책읽기에 집중한다. 무엇이든 의무로 할 때보다 즐거울 때가 집중력이 더 높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 표정과 눈동자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얼마나 책에 빠져드는지를 알 수 있다. 테스트라는 딱딱한 방법으로 아이들 긴장하게 할 필요가 없다. 책을 다 읽은 뒤에 "책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모두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읽다가 재미없는 책은 읽기를 멈추고, 재밌는 도입부로 아이가 몰입할 때까지 책을 잘 고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독서 수준도 알아야 추천이 쉽다. 책의 수준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권해야 무리가 없다. 억지로 읽기 수준을 높이면 한 쪽당 모르는 단어의 수가 많아서 책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용을 놓치면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책의 수준은 올리는 것보다는 낮추는 것이 더 안전하다. 안전하게 진입해서 아이 스스로 책 수준을 올려나가는 편이 더 자발적인 독서가 된다. 책 속에 모르는 단어가 적절하면 우리말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문맥 속에서 모르던 단어의 뜻을 유추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단어를 찾는 것은 좋은 습관은 아니다. 집중하며 읽다가 단어를 찾는 것은 흥미를 깨뜨린다. 드라마가 한창 재밌을 때 누군가 방해를 받으면 짜증이 나는 것처럼. 


선경이는 쉽게 영어 책으로 빠져들었다. 이미 읽었던 많은 한글책 덕분에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영어책 수준을 올려갈 수 있었다. 한글책 수준에 비례하여 영어책 수준은 올라간다. 영어책을 계속 읽어도 수준이 제자리 걸음인 아이들에게 요즘 한글책 읽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읽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말로 인식 지도가 만들어진 영역에 영어로 덮어쓰기를 하기는 쉽지만, 영어가 먼저 인식 지도를 만드는 일은 어렵고 더디다. 무슨 말인지를 우리말로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영어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는 능력이 생기고, 읽고 싶은 원서 시리즈가 생기면 우리 학원에 올 필요없이 시리즈를 사두고 읽으면 더 좋다. 우리 학원에 오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집에서 긴장없이 책에 빠져 들면 되기 때문이다. 좋아해서 사둔 원서 시리즈는 시간만 나면 아이가 스스로 읽게 되면서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취미가 되어버린다. 거기까지 인도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 생각했다. 선경이는 빨리 졸업했다. 우리말과 영어 독서를 꾸준히 하면서 수학만 학원에서 공부하는 구조로 시간표를 짜니 훨씬 느긋하게 본인 스타일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가족과의 갈등도 줄었다. 국어와 사회, 영어는 독서 덕분으로 시험 때 준비하는 수준으로 잘 굴러갔다. 


         

                                                    선경이의 독서를 입시에 적용시키기     


선경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후 어느날 선경 엄마가 상담을 요청했다. 고등학교 성적은 입시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긴장한다. 서로 예민해져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쉽다. 선경이의 말을 경청했다. 아이는 고등 내신 공부가 하기 싫다고 했다. 매일 암기하고 경쟁하고 학원 다니는 공부가 재미없다고 했다. 독서를 중심으로 학습하던 아이들은 여유롭게 살던 습관을 벗고 학원으로 계속 다니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특히 학원에서 주는 암기 숙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떨어진다. 선경이는 고등학생이지만 여전히 틈틈히 책읽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책만보고 학원엘 가기 싫어해서 걱정이었다. 이럴 때 어느 쪽을 선택하는게 아이도 살고, 관계도 살고, 성적에도 좋은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을 두고 "입시는 전략이다."라고들 말한다. 


"선경이 너는 내신 위주로 공부하는게 아주 손해야. 앞으로 학원은 수학만 다니면서 좋아하는 책을 계속 읽으면서 대학가는 방법을 택해보자. 내신으로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모의고사 챙기면서 수능으로(정시로) 대학 가는게 너에게 유리할 거야. 수능 국어와 영어는 문해력 테스트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 수능 영어와 국어는 쉽게 1등급을 받을 것이고." 


수능을 위주로 공부하면서 내신의 부담을 덜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절약된다. 정시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수시에서 독서력이 도움이 되는 문과 논술전형에 지원해서 덕을 모기가 쉽다. 독서가 잘된 아이들은 논술학원에서 짧은 기간을 준비해도 논술 실력이 잘 나온다. 선경이는 다시 해보려는 힘을 얻었다. 엄마도 딸을 믿고 그 방향으로 밀어주기로 하며 상담을 마쳤다.     


그 후 오랜만에 선경 엄마와 통화를 했다. 선경이가 스카이대학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능이 예상처럼 잘 나오지 않아 정시를 걱정했는데, 논술전형을 볼 수 있는 수능점수는 나왔기 때문에 논술 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독서를 많이해야만 대학을 잘 가는 것은 아니다. 입시에 성공하는 길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나는 독서를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들이 타고난 성향을 유지하며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는데 독서만큼 저렴하고, 고급진 방법이 또 있을까? 반복과 암기와 경쟁을 기반으로 억척스럽고 가열차게 청소년 시기를 보내지 않고도 자기답게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독서는 아이별로 활용법은 제각각이다. 아이 스타일에 맞춰 즐겁게 꾸준히 독서를 이어간다면 여러 과목이 독서의 영향력으로 쉽게 준비된다. 거기에다가 학교 방과후 수업이든, 인강이든, 학원이나 과외든 '적절히'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선경이 이야기는 이 책의 주제인 "독서 중심 학습으로 대학가기"의 좋은 사례다. 이미 책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였기 때문에 읽은 내용이 여러 입시 과목에 그대로 도움이 되었다. 다만, 아이도 엄마도 아직 입시 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입시 제도를 알고 아이의 특성을 알면 국면이 달라짐에 따라 불리한 선택은 버리고 더 유리한 선택으로 신속하게 갈아타야 한다. 불필요한 신경전과 갈등으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으로 시간을 절약하지 못해, 재수를 해야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부모나 아이가 어떤 결정이 바람직한지 알지 못할 때에는 유,뮤료로 진행되는 진로 컨설팅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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