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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Feb 17. 2023

프롤로그 2. 독서로 교육할 결심


독서는 최고의 공부법이다. 시험 점수를 잘 받기에도 활용되지만, 수치화 되지 않는 덤이 더 많은 공부법이다.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참으로 이상하다. 온 세상이 칭송하는 독서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지를 않다. 내 삶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소를 들자면 독서와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 독서는 공부보다 더 많은 지식을 주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서는 시험에 출제되거나 수치화 되지 않는 더 많은 혜택을 안겨주었다. 독서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따라 삶이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나의 마음과 생각을 늘 존중하며 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늘 책에 감사한다.      


대학생 시절, 넓은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특권늘 누렸다. 대학 등록금은 수업료라기보다 독서관 이용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는 나를 관찰하면서 이런 결심을 했었다.      


‘훗날 엄마가 되면, 애들 교육 80% 쯤은 독서로 해야겠다!’     


평생 책을 읽는 사람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독서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다독 습관이 생기면 시간이 갈수록 모든 공부는 수월해질 것이다. 그래서 처음 독서의 첫단추만 잘 끼우면 어느 나라의 입시든 80% 의 필요한 지식을 갖추는 꼴이 되고, 다양한 배경 지식은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다. 독서를 한다고 시험 준비 기간에 놀고 있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20%만 스스로 차분하게 준비하면 좋을 것이었다. 독서를 하지 못하고 모든 시험을 공부로 준비한 나에 대한 반성도 함께 실려 있었다. 독서로 원하는 점수도 얻고, 재미를 통해 정서적 안정도 얻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      


그렇다고, 독서만 많이 하면 명문대를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입시 환경에 맞춰 독서를 활용하는 데도 스킬도 필요하다. 소위 시험 유형에 적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의 두 딸은 어려서부터 독서를 충분히 즐겼음에도 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를 이어가는 것이 전처럼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어린 아이들의 책읽기란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초등학생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주변 아이들이 무척 바빠지는 환경이었다. 독서를 좋아하던 아이들조차도 초등 저학년부터도 책을 손에서 놓는 경우가 많아서 놀랐다. 딸들의 독서가 시험과 입시 제도에 적합한 방식인지를 비교하면서 점검해야 했다. 대학 입시의 막바지인 고등학교 때에는 독서를 좋아할 수 없는 환경으로 지내면서 의무교육이 끝났다. 그럼에도 초창기에 독서의 틀을 잘 다진 덕택으로 두 아이 교육의 80% 이상의 공부 효과를 충분히 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된 두 딸은 “어려서 책을 가까이 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다독을 하지 않았다면 시험마다 따로 더 많은 준비를 했을 텐데, 같은 성적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들여야 할 노력이 훨씬 더 컸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다닐 학원이 늘어났을테니 스트레스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두 딸 모두 자신들의 학습을 독서로 느긋하게 이끌어준 엄마에게 몇 번이나 감사함을 표시했었다.      


독서로 공부의 80% 이상 준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초중고에서 배우는 과목을 신경써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한국사를 배운다면 적어도 4학년 겨울 방학까지 한국사와 관련된 만화책이나 쉬운 역사책을 재밌게 읽고 TV 사극이나 역사 영화를 봐 둔다면 5학년 한국사가 쉽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몇 년치 과목을 염두에 두고 독서가 취미인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고른 책으로 독서를 해둔 결과 모든 과목을 선행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교과목과 연계된 독서만 한 것은 아니다. 주로 취향에 맞는 독서를 하게 해서 재미를 늘렸지만, 중간에 교과목과 관련된 책들을 끼워서 읽게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렇게 별로 힘들이지 않고 노는 것처럼 여유롭게 독서를 계속했더니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은 슬프게도 예나 지금이나 모든 아이들을 점수화하여 누가 누가 점수가 많은지를 지준으로 줄을 세우는 구조다. 학년마다 실시하는 정기평가와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제도가 요구하는 조건에 민감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이 초중고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와, 우리나라 입시가 지원자의 무엇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미리 잘 파악하고 있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 부분은 주로 부모의 몫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책일 읽으면 재밌다는 것에 빠져있고, 입시를 파악한 나는 아이들의 독서 이력이 공부에도 효과가 있기를 바랐다. 게임의 법칙을 모르고 게임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는가. 그래서 더 이상 복잡할 수 없는 입시제도의 수많은 용어와 변형과 역사를 끊임없이 ‘공부’했다. 대충 알겠다 싶으면 매년 새로운 입시 정책이 나오면서 입시판을 뒤흔들었다. 매년 그랬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릴 거라는 명분과는 달리 사교육은 매년 늘었으며 줄어들지 않았다. 그만큼 공교육은 힘을 잃었고 님교 선생님들의 권위는 떨어졌다.      


고3이 되어 수험생이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나간 년도의 데이터를 세밀하게 비교 분석해야 하는데, 빅데이터를 가지고 히스토리를 관리하고 있는 대형 학원이나 재수학원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거나 어설프다. 그들이 내려준 정보를 학부모들이 받아서 공부하고 상의하고 분석하고도 불명확한 부분은 외부 사교육의 자매기관인 교육 컨설팅을 받아야 했다. 돈을 들이고도 컨설팅을 늘 시원치 않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입시는 거대한 미로를 걷는 분위기다. 학교 선생님들은 입시 정책이 새로 갱신될 때마다 체계적인 정보로부터 한걸음씩 물러나게 되었고,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과의 진학 상담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없었다.      


독서로 아이들의 공부와 정서 안정 모두를 얻고자 했던 나는 자주 정서적으로 안정적일 수가 없었다. 사교육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을 독서로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매년 해야했기 때문이다. 독서를 중심에 두지 않는 공교육 때문에 독서를 끌고 가는 부모인 나는 끊임없이 입시를 연구하게 되었다. 직장과 가사와 교육을 줄타기처럼 오가다 엄마가 해야할 일이 엄청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평생 다닐 것 같았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늘어난 자유 시간의 상당 부분을 마치 입시전문가인 것처럼 시험과 입시를 연구하는데 썼다. 아이들 독서의 방향과 양을 입시제도에 맞춰 조금씩 조절하는 일도 했다. 게다가, 아이마다 다른 독서 성향을 존중하고, 아이마다 다른 성격까지 고려하여 독서를 즐거운 일로 정착시켜야 했기 때문에 재밌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딸들의 입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원하는 학교이면서 이름있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들인 노력이 성과로 나오니 보상을 받은 듯 기뻤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다행인 것은 두 딸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여유로왔고 즐겁고 행복했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학원이 늘어나면서 공부와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를 내야하는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기에 딸들이 독서를 즐거운 오락으로 생각하게 한 것은 참으로 잘할 일에 속한다.      


그 좋은 독서를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즐기기 어렵다. 지난 20여년간 독서가 주도하는 자녀 교육을 하면서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를 상담했었다. 초등 저학년만 되어도 더 이상 무엇을 더 할 수 없을만큼 아이들은 바빴다. 독서는 가장 훌륭한 공부법임을 말하고 싶었지만 짧은 대화로 설득하기 어려웠다. 사교육의 설득력은 더욱 강력하고 즉각적이고 위협적이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영어 독서 교습소에서 내가 지도한 아이들이거나 오랜기간 대화를 이어가던 아이들에게만 그들이 처한 환겨에서 어떻게 독서를 조금이라도 더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담을 많이 했었다. 그 결과 독서는 바로 다가오는 시험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6개월 이상 장기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사교육 공부보다 효율성은 물론 다양한 효과까지 더욱 훌륭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독서하면 그냥 점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시험과 독서와의 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가 독서를 싫어하면 독서가 좋은 공부법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독서로 공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과 스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그 부분을 다루고 싶었다.           



초등 입학 전에 아이를 독서에 물들여라          


독서가 혜택이 많은 최고의 공부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독서하면 시험을 잘본다는 부모는 드물다.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에 다녀와서 학원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나란히 교육에 참여한다. 실질적인 주도권은 사교육이 가지고 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어린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최소 몇 개의 학원이나 사교육을 이용한다. 가장 먼저 수학과 영어 학원 두 가지만 등록해도 아이들의 일상은 어른보다 더 바쁘다. 그런데 사교육이 어디 수학과 영어 뿐인가? 그 밖에도 학원에서 제공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다. 학교와 학원을 나란히 병행하면서 추가적으로 아이가 독서에 빠져들기까지 한다는 것은 상상일 뿐 현실이 되기 어렵다.  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독서란 피하고 싶은 ‘그림의 떡’이다. 따라서 ‘독서가 사교육을 이긴다’는 주장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독서에 재미를 충분히 느껴서 제학년 교과서 이상의 수준을 가졌을 때에나 설득력을 가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의 영향력은 커지기 때문에 사교육을 하지 않는 데는 엄청난 불안감이 동반된다. 반대로 독서를 중심에 두고 아이 교육을 진행하려면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 확신이 미신이 되지 않으려면 독서가 학교 성적과 대학 입시에 사교육 이상의 좋은 영향력을 가진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독서량이 충분하면 자기 학년 교과서의 어휘가 쉽게 느껴져서 이해력이 상승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과 연계하여 독서를 꾸준히 하면 과목별 배경지식이 충분히 쌓여 자습으로도 시험준비가 가능하다. 독서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독서를 이어간다면, 독서는 휴식 같은 것이다. 분주하지 않고 때와 장소의 제약이 없다. 느긋하다. 따라서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온 뒤 한 두 시간 이상 좋아하는 책을 들고 뒹군다. 놀았지만 시험을 못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아이들과 많이 놀 수 있고,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주말이면 놀러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사교육이 본격적으로 몰아치는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아이들 스스로 독서에 푹 빠져들어야만 걱정하지 않고 학원을 피할 수가 있다. 독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초등학교 졸업하는 시기 까지도 사교육보다는 즐거운 독서가 힘이 더 세다.  아이들이 독서가 정말 재밌다는 긍정성을 어떻게 심어줘야 할까?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애는 독서를 안하고 싶어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누구나 독서를 좋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환경과 스킬과 책을 싫어하는 이유 등을 설명했다.           



독서가 사교육을 이긴다     


이 책은 일찍부터 독서를 즐겼던 두 딸의 교육 경험일지다. 퇴사후 목동에 독서중심 영어 교습소를 차린 후 15년 이상 많은 아이들에게 독서로 공부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상의했다. 지도한 아이들은 백인백색이었다. 아이마다 다른 성향이니 아이들의 성향을 존중하며 대화를 해야 설득할 수 있다. 각각의 아이 성격이 다른 것 외에도 각각의 부모의 성격도 모두 달랐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좋은 독서가 지긋지긋한 공부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각 아이에게 적합한 주제의 책을 수준에 맞춰 권했다. 방법을 정교하게 맞춰가면 독서는 항상 기대에 실망을 주지 않았다.      


아이가 독서를 이미 싫어하거나, 책을 읽기에 너무 바쁜 아이들이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세히 관찰하고 대화하다보면 반드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시말해서, 누구나 독서를 좋아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 전에 싫어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독서는 일찍 즐겁게 시작한 아이에게는 입시 성공과 정서적 안정을 안겨줄 수 있는 따뜻한 공부법이다. 단기적으로 시험 공부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교육을 이용한 공부보다 장점이 더 많다. 독서를 적절히 활용하여 아이가 공부에서 뒤지지 않으면서도 자율적이고 여유롭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길 바란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 교육은 어린 나이부터 학원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아이들은 독서를 자신의 공부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이가 아직 유치원생이이나 초등학생이라면 모든 사교육을 접고 독서를 중심에 둘 수 있다. 독서로 충분하지 않은 부분만 자습이나 약간의 사교육으로 보충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독서가 끼어들 여지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내 딸들에게는 독서가 80% 이상 공부 도구였으나, 내가 지도한 모든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독서를 활용하게 함으로써 공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아이마다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공부에 독서를 활용했을 경우에는 공부의 피로도를 상당부분 낮출 수 있었다. 독서로 한 과목의 효율성을 높이면 다른 과목에 쓸 시간을 벌 수 있다. 독서란 지식을 얻는 도구만이 아니라 마음을 쉬고 생각을 다듬고 감성과 사고력 등 다양한 것을 가르쳐서 두뇌를 키워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제 1부에서는 독서가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고, 제 2부에서는 독서가 정서 안정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서술했다. 공부는 특히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만, 독서는 입시는 물론 아이 인생 전체를 이롭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예비 부모나 나이 어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입시의 전체 과정의 한번 훑어보고 독서로 아이 교육을 이끌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당장 눈앞에 있을 시험 점수에 우리한 사교육을 뒤로하고, 놀이시간이 충분히 주면서도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따뜻한 아이로 키워보자. 독서에 대한 확신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다.  각자 자녀의 상황과 학년에 맞추어 독서를 잘 활용하여 아이의 공부와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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