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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Jul 22. 2022

수능 영어 일등급 받기

공부할 과목에서 영어를 제외하기


독서를 생활로 끌어들인 아이는 영어 모의고사나 수능 영어에서 어렵지 않게 1등급을 받는다. 독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평소 영어 공부는 안하는데 영어는 항상 일등급인 아이의 뒷 배경에는 독서가 있다. 일주일에 2번씩 학원에 다니며, 학원에서 주는 숙제까지 다 소화하려면 최소 주 10시간 이상을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셈이다. 영어 원서에 재미를 아는 아이는 반대로 다른 공부를 하다가 좀 쉬고 싶을 때 영어책을 손에 든다. 드라마를 보며 현실을 잊고 쉬듯, 책에서 지친 마음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고사, 기말 고사 식의 평가는 아이들이 가장 지치는 기간이다. 시험이 끝나면 딸들은 며칠씩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많이 하는 두 가지가 그림그리기와 독서였다. 큰 아이의 경우 침대에 누워  <Warriors> 등의 환타지에 며칠 빠지곤 했다. 깨알 글씨로 40권이 넘는 시리즈를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는다. 등장하는 고양이 이름만도 100개 이상이니 캐릭터별로 구분하려면 엄청난 집중을 하는데도, 취미이기 때문에 몰입하면서 현실의 스트레스를 잊는 것이다. 


학원에서 공부로 영어 문제 지문을 읽는 것과 환타지 소설에 빠져드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집중력이 더 좋으냐고 아이들에게 여러 번 물었다. 모두 소설이 집중이 더 잘된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는 과목도 많고, 수행평가 등 활동이 많아 기본적으로 바쁘기 때문에 독서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험이 끝난 뒤의 시간이 독서하기에 가장 편한 시간이었다. 이때 원서 몰아 읽기로 영어를 반짝 향상시킨다. 큰 딸이 다닌 고등학교는 다행히 내신도 수능처럼 독해력을 중심으로 시험이 출제되고 외부 지문도 활용했기 때문에, 책을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독서로 국어와 영어의 80% 이상 늘 준비된 상태였다. 나머지 20%를 꼼꼼이 준비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 잇점이다.



“친구들이 저보고 어느 학원 다니느냐고 물어보거나, 영어 공부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대답하기 어려워요. 가끔 쉴 때 환타지 소설 덕질한다고 말이 나오지 않아요." 


언젠가 큰 딸이 나에게 말했다. 친구들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 도저히 그 말이 나오질 않는다는 거였다. 영어 전공자로서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지루한 영어공부법에 회의가 컸다. 따라서 딸들의 영어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엄마인 나의 첫번째 목표는 문법과 단어 암기에 발을 디디지 않게 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한 상황이니 영상도 무한대로 많으니 귀와 입을 틔우는 것도 간단해졌다. 거기에 독서만 얹어서 독해력을 갖추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독서 많이한 아이가 국어를 못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수능 영어 일등급을 맞는다고 영어 실력이 실제로 최상인 것은 아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점수표상 최상위라는 의미다. 수능 일등급을 이미 달성한 아이들은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텝스나 토플 시험을 보기도 한다. 텝스는 깔끔한 문장으로도 수능영어 이상의 수준을 보이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녹슬지 않게 유지할 때 좋은 국산 영어 인증제이다. 토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인증으로 듣기와 말하기, 읽기, 쓰기를 골고루 평가하므로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 두 가지 인증제에서도 독서력이 가장 도움이 된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받을 때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최의 영어는 품격이 느껴졌다. 표현과 문화와 유머까지 순식간에 번역하는 그의 여유를 보며 감탄했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과 영국의 언론에서는 샤론최의 말솜씨에 반해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그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일상의 경험만으로 나오는 영어는 한계가 있다. 그의 통역을 모두 찾아보면서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딸들을 원서 읽기로 이끌어 영어 공부의 지루함 피하게 하고 싶었다. 영문학까지 전공했던 10년이상의 영어 공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일상을 편안게 말하지 못하는 설움 때문이었다. 독서는 겉보기에는 빈둥거리며 노는 것처럼 보여도 두뇌의 움직임이 많은 지적 활동이다. 독서는 다양한 지식 말고도 공감력, 어휘력, 추론력, 창의성 등 부수적인 소득이 엄청난 활동이다. 독서가 준 많은 혜택중에서 일부만을 사용하면 수능 일등급은 가능하다. 


하지만, 중등 내신과 고등 내신 영어는 아직 30-40년 전의 구시대 교수법에 매어 있다. 언어를 지식 습득의 도구로 활용하게 하는 대신,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정확히 기억했는지 테스트한다. 대부분의 학원 프로그램은 학교 내신 시험을 준비해주기 때문에 중고등생이 영어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원서 읽기와는 거리가 멀다.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원서까지도 많이 읽는 아이들은 외고나 전국 자사고를 준비하는 영어의 실력자들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토론하기에도 능하다. 이미 영어가 우리말처럼 편하니 문법을 우리말로 어렵게 설명해도 일상의 사례를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예외 사항을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미 그 단어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아는 단어를 일부러 단어장을 보며 암기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교사가 말로 설명하는 영어가 아니라, 시청각 자료를 시간을 수업 시간에 보여주면 외국인을 만나도 그리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동시통역을 하는 한 지인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나라 중등 영어로는 아이들이 영어에 빨리 질리고, 배우면 배울수록 말하기는 더 못할 것야."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을 교사 위주의 수업을 지양하고, 아이들이 알고싶은 것을 습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 지향되길 바란다. 


영어 말고도 다른 과목들을 공부하느라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바쁘다. 중학생이 되면 이미 지친 아이들에게 틈틈이 독서를 하라고 할 염치가 없다. 영어를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혹은 수업 교재로 원서 읽기를 활용하여 공부 효율성을 조금씩 올려서 독서의 효과를 조금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할 뿐이었다. 주 2회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점수도 오르지 않고, 영어 정보를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다. 눈만 뜨면 영어 자료가 넘치는 정보의 시대에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의 아이가 유치원에서 초등생이라면 원서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아이가 영어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도 자고 먹고 쉬고 학교 숙제도 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부는 적은 시간에 효율을 내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모든 과목을 학원에서 해결하는 일은 고생은 크고,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면에서 피해야 한다. 집에선 절대로 스스로 공부를 안하니까 학원이라도 보내야 한다는 부모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학원에 모두 다니면 각 과목 점수가 모두 최상위가 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파닉스로 발음 교정하는 수업이 필요 없듯이 영어도 파닉스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몇 개월을 발음 기호를 익히느라 재미만 사라진다. 영어 독서 학원에서는 독서 레벨제를 통해 누가 몇 레벨을 읽는지의 비교한다. 레벨 관리는 관리자를 위한 시스템이지 아이들에게 재미를 더해주지 못한다. 책이 재밌다는 생각만 한다면 독서 레벨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올라간다. AR 레벨이나 렉사일 지수 등에 시달린 아이들은 책을 고르기에 앞서 자신의 흥미보다 책의 두께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큰 아이가 초등 저학년일때 방학에 원서 읽기를 하게 하고 싶은데 회사일이 너무나 바빠서 환경을 갖춰질 못했었다. 하는 수 없이 원서를 읽는 일주일에 두 번씩 보냈다. 그때 선생님께 부탁드린 것은 단어 테스트와 독후 퀴즈를 시키지 마시라는 것이었다. 그냥 애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나머지 활동은 당장은 좋아보이지만 재미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책읽기 어땠어?" 하고 아이에게 물어 보면 "재밌었어요."라고 대답하는 것 하나만을 바랐었다. 같은 돈을 내고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면 경제적인것 같지만, 아직 어리고 다른 일도 해야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소탐대실의 가능성이 있다. 


시험에서 반드시 100점을 맞게 해야겠다는 욕심을 살짝 내려놓으면 시험 기간마저도 독서를 이어갈 수 있다. 주변 친구와의 비교를 피할 수만 있다면 중학교 때 까지도 독서하기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학교 평가도 학원 평가도 기본적으로 비교 경쟁을 통해 효과를 바로바로 증명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의 점수를 자꾸 비교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를 비교를 하며 "우리 애가 더 잘한다'는 인증을 어려서부터 받고 싶은 욕구를 낮추면 아이들은 편안하게 독서를 이어갈 수 있다. 독서는 당장이 아닌 시간이 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공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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