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의 한 시절을 마쳤다, 함께 달렸다
스무 살이 된 아이는 스무 살 나이가 되기 전 알바를 시작했다.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기 전 알바를 지원했다.
지난해 우리는 수험생이었다.
아이는 붙었다. 학교도 알바도
나는 떨어졌다. 학교도 알바도
붙은 아이는
간절했던 곳이 아닌 곳에,
떨어진 나는
간절했던 곳에
그렇게 우리는 붙고 떨어졌다.
아이는 그곳을 가지 않겠다고 했고
나는 그곳을 또 가겠다고 했다.
아이는 자신이 볼 세상은 넓다 했다.
그러나 불안하다고 했고
나는 나의 시간이 짧다고 했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했고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떠돌던 말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근원 없이 부유하는 말들을 모두 모아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냥
그냥요, 처럼
그렇게 살아보는 태도가 죄책감을 일으킬 만큼
무책임하다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
너무 간절하게 살지 않기로 했다
데 키리코는 자신의 그림을 형이상 회화라고 불렀다. 원근법을 이용한 데 키리코는 두 개의 평행선은 절대로 만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한다.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은 평행선이 두 개의 소실점, 달아나는 점이자 존재하지 않는 점에 의해 만난다는 것이다. 실존하는 두 개의 평행선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것, 그리고 이 점에서 두 개의 선은 평화롭게 조우한다.
「헤르메스의 기둥」 송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