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건네던 손끝에서

by Grace Hawa

나는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다.
날마다 눈 안쪽을 들여다보던 시간,
그 작고 깊은 우주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날들.
누군가의 시야를 다시 열어주기 위해
내 손끝은 조용한 전투를 이어갔다.

빛을 잃어가던 망막 위로
조심스럽게 렌즈를 올리고,
숨소리조차 삼킨 채
의사의 한 손짓에
정확하게 반응하던 순간들.

내가 건네던 건
작은 인공 수정체 하나였지만,
그 손끝에 실려간 건
한 사람의 내일,
그리고 빛이었다.

나는 그 시간이 좋았다.
몹시 힘들었고,
감정이 다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고요와 긴장 속에서
나는 '존재한다'는 감각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눈이 다시 빛을 찾는 장면 앞에서
나도 함께 숨을 쉬었다.
그 순간은,
마치 내 마음도 다시 환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방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내 마음 한 조각,
내 기억 한 조각,
내 빛 한 조각은
아직도 그 수술실 어딘가에 놓여 있다.

그곳은,
내가 가장 조용히
가장 깊게 사랑했던 장소였다.


이 글은 제가 안과 전담 간호사로 망막 수술에 참여하던 시절, 마음속 깊은 기억을 담아 쓴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그곳을 떠났지만, 제 마음의 일부는 아직도 그 수술실에 남아 있습니다.


― Grace H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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