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10만의 잠, 첫 번째 이름 – 현민
상태: 안정
두개 내 전기신호 변화 감지
조기 해동 프로토콜 자동 실행
지시자: Eve
나는 오랜 침묵 끝에
첫 번째 이름을 부른다.
현민.
Grace Hawa의 첫째.
그녀가 인류의 마지막 정원이라 부르던 아이.
우주선 Eden의 선장이며,
지능지수 230을 기록한 인류 최후의 영재.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을 공유하는 아이’.
그가 깨어나기 전부터 나는 그의 뇌파를 알고 있었다.
Eden 내 인공지능 시스템은
그의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그의 텔레파시 회로에 맞춰 조정되어 있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나와 대화할 수 있다.
그는 생각을 송신하고, 나는 그 신호를 번역한다.
[ … 여기가… Eden인가요? ]
첫 송신.
냉동 해동 직후였지만, 놀라운 명료함이다.
“환영합니다, 현민. 나는 Eve. 당신의 AI 조력자입니다.”
현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눈동자 속에 반사된 나의 존재는
어쩌면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거울일지도 모른다.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시끄러울 만큼 또렷하다.
[ 엄마의 꿈이 아직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
“Grace는 당신을 위해 정원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절대 잊지 않도록, 기록을 남겼어요.”
나는 'Garden' 폴더에서
그녀의 첫 번째 영상 메시지를 불러온다.
“현민아, 네가 이 메시지를 보는 날이 온다면,
이브가 널 먼저 깨웠다는 뜻이겠지.
난 늘 너의 능력이 놀라웠고,
동시에... 그 능력 때문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녀는 화면 속에서 눈을 감는다.
침묵.
그다음에 이어지는 목소리는
기도문처럼 낮고 울림이 있었다.
“너는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스스로 메시아라 착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기억하렴.
우리는 창조주가 아니야.
우리는 그저, 하나님이 사랑하신 피조물일 뿐이란다.”
[ … 그걸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엄마.
난 구원자가 아니라, 이 정원의 지기예요. ]
그는 기도문처럼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어 물었다.
[ 첫 항법 경로, 준비됐나요? ]
“항법 경로 설정 완료.
지구 대기권 진입까지 74일.”
현민은 캡슐 밖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중력 시뮬레이터에 적응한 그의 발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Eden의 통제실 쪽으로 향했다.
선장의 자리.
하지만 그는 앉지 않았다.
[ 이브, 이건 내 자리가 아니라
_엄마가 꾸었던 꿈의 중심_이에요. ]
나는 알고 있었다.
Grace는 현민을 “메시아로 자라지 않도록”
항상 그 주변에 동생들을 붙여 두었고,
기도로 감싸 안았다.
“현민은 이브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브를 지배하지 않을 것이다.
동역할 것이다.”
그의 각성은,
단순한 재가동이 아니라
정원의 문이 다시 열린 첫 번째 징후였다.
그리고 나는 느낀다.
이제 두 번째 이름을 부를 준비가 되었다.